코스닥등록 기업들의 외자유치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코스닥시장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외자유치현황(납입일 기준)을 분석한 결과 코스닥등록 법인들의 외자유치 총액은 6613억원(54건)으로 지난해 하반기의 3539억원(30건)에 비해 86%나 증가했다.
이 중 정보기술(IT)기업은 총 5737억원의 외자를 유치해 전체 코스닥등록 기업 외자유치액의 87%를 차지했다.
그러나 하나로통신이 4128억원 규모의 해외DR를 발행했던 지난해 상반기의 1조845억원(41건)에 비해서는 건수는 늘었으나 금액은 40% 감소했다.
올 상반기 외자유치 중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은 870억원(11건)이며,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해외증권 발행은 5743억원(43건)으로 집계됐다.
3자배정 유상증자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41% 증가했으며 해외증권을 통한 외자유치도 하나로통신의 해외DR(4128억원) 발행이 있었던 작년 상반기에 비해서는 44% 감소했으나 지난해 하반기보다는 123% 증가했다.
이에 대해 주식시장에서는 코스닥등록 기업의 외자유치 증가를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색된 유동성이 개선되고 외자유치로 인한 이미지개선효과로 주가가 상승할 수 있는 모멘텀이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코스닥기업들의 경우 투자적격 등급에 속하는 기업들이 적어 회사채를 통한 자금유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은행차입이 어려워 대부분 정부정책자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 때문에 섣불리 실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모디아소프트, 쓰리알 등은 기술력과 성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해외에서 200억∼300억원대의 대규모 CB와 BW 발행계약을 체결해 눈길을 끌고 있다.
모디아소프트와 쓰리알은 CB 등의 발행을 통해 각각 264억원과 327억원의 해외자금을 끌어들였다.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지난 5월말 260억원 가량의 자금을 해외 CB 발행을 통해 조달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해외자금유치의 경우 업무제휴, 기술도입 등의 방법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로커스홀딩스는 시네마서비스 주식인수를 위해 제3자 배정방식으로 총 398억원(269만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며 이 중 워버그핀커스에 297억원을 배정했다.
국내 생활정보지 선두업체인 가로수닷컴은 지난 6월초 일본 미디어렙 업체인 사이버에이전트(SA)에 45억원 규모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한국의 제3시장격인 일본 마더스마켓 등록업체인 SA사는 지분출자를 국내 진출 교두보로 활용하고 가로수닷컴은 운영자금 마련과 함께 향후 인터넷 광고사업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위해서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5월 미국의 온라인 게임업체인 데스티네이션게임스를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인 개리엇 형제에게 협력을 돈독히 하자는 의미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 형식으로 431억원을 지급했다.
봇물을 이루고 있는 외자유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오현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렇듯 외자유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국내에서 자본조달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외자유치가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해외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최근 외자유치 조건이 불평등한 계약으로 이뤄지고 있어 오히려 주주의 가치를 폄하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