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초박형TV 시대>(하) 한·일업체간 패권 다툼

 한국과 일본의 주요 가전 메이커들이 PDP TV와 LCD TV로 양분되는 차세대 초박형 TV 시장에서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는 디지털TV 시대를 맞아 초박형 TV가 크게 주목받고 있는 데다 PDP TV와 LCD TV의 경우 반도체나 자동차에 못지 않게 고부가가치 상품이면서 관련 산업 및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 커 시장선점 여부에 따라 기업은 물론 국가의 위상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스코어는 일대일 상황이다. 즉 TFT LCD부문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다소 앞서고 있는 반면에 PDP부문에서는 일본이 한국보다 한발 앞서 양산에 돌입한 관계로 한국이 다소 열세다.

 하지만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는 한결같이 향후 5년내 한국이 LCD TV는 물론 PDP TV 시장에서도 일본을 제치고 세계 벽걸이TV 시장의 패권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장담하고 있다.

 일본의 경쟁사보다 무려 20년 정도 제품 개발이 늦었고 양산능력·기술력·마케팅력 등 모든 부문에서 뒤처져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가전 3사가 이렇듯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뭘까.

 이같은 질문에 대해 이광우 LG전자 디지털TV 사업부장(상무)은 “한국이 두차례에 걸쳐 날린 강력한 펀치에 일본이 당황하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각각 세계 최대 크기인 60인치와 63인치 PDP TV를 업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 그 첫번째이고 올들어 양사가 각각 양산공장을 본격 가동한 것이 두번째로 한국업체들의 발빠른 PDP TV 사업화에 일본업체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는 것.

 국내 업체들의 이러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단적인 예로 LG전자는 최근 세계 최초로 개발한 60인치 모델을 포함한 PDP TV를 자가 브랜드로 대량 수출하면서 열악한 브랜드력에도 불구하고 경쟁상대인 일본업체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등 선진시장에서 귀족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최철기 LG전자 PDP TV 수출담당 상무는 “PDP TV는 가전산업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이 선진시장에서 일본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제품이 될 것”이라면서 “PDP TV는 향후 반도체와 TFT LCD에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수출상품으로 자리매길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업체들의 적극적인 시장공세에 맞서 선발주자인 FHP를 필두로 NEC·마쓰시타·소니 등 일본업체들도 세계 PDP TV 시장 선점을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NEC의 경우 최근 대형 TFT LCD사업을 중단하는 대신에 PDP에 핵심역량을 쏟아붓고 있으며 마쓰시타는 올 하반기중 대형 생산공장을 가동하는 것을 계기로 시장공략을 강화키로 했으며 양산시설이 없는 소니도 다른 업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아 PDP TV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일본 업체들은 한국 업체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돌입했다고는 하나 실전에서 판매 경쟁력을 갖추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견제에 들어갔다.

 가까운 예로 NEC·후지쯔·마쓰시타 등 일본업체들은 최근 한국시장에 투입하는 모델 수를 늘리고 제품가격을 대폭 인하하는 등 초기에 기선을 제압한다는 전략아래 한국시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LG전자가 지난 주 전격적으로 파격적인 가격에 60인치와 40인치 제품을 내놓으면서 국내외에서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곧 PDP TV 양산체제를 갖추고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국산 PDP TV가 국내는 물론 해외 주요 시장에서 일본 제품을 압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PDP TV뿐 아니라 최근 들어 크게 주목받고 있는 중대형 LCD TV시장에서도 국내 업체들은 선두주자인 샤프 등 일본업체들과 함께 세계 시장에서 양강체제를 구축해가고 있다.

 장원기 삼성전자 천안사업장 공장장(상무)은 “최근 들어 급성장하고 있는 LCD TV시장을 놓고 한국과 일본업체들이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24인치 초경량·초박형 HD급 모델을 개발해 상품화를 앞두고 있으며 LG전자는 기존에 나와 있는 제품 중 가장 큰 샤프의 28인치 제품보다 1인치 더 큰 세계 최대 크기의 29인치 LCD TV를 개발해 출시키로 하는 등 세계 LCD TV 석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PDP TV와 LCD TV 등 세계 초박형 TV 시장을 놓고 최소한 향후 5년간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불꽃튀는 격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과 일본업체들간의 숨가쁜 경쟁은 21세기 초 세계 가전시장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