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자·정보기술(IT) 수출이 하반기에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설문조사는 기대를 갖게 하는 반가운 소식이다. 수출부진으로 인해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산업활동이 위축된 작금의 현실을 감안하면 수출증대만큼 반가운 소식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수출주력품목인 전자 및 IT수출이 회복된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으로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가 최근 82개 주요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매월 실시해 온 전자·전기 제조업 실태조사 그리고 수출입실적 기초통계자료를 분석·발표한 ‘2001년 전자산업 동향 전망’에 따르면 디지털가전과 정보통신기기 시장확대에 힘입어 그동안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전자·IT산업의 내수 및 수출이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반도체 수출둔화로 인해 전년대비 14.2% 감소했던 전자 및 IT수출이 하반기에는 상반기 대비 38.2%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앞서 기업의 IT담당 임직원 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도 ‘IT분야 하반기 경기전망’을 통해 하반기 IT산업 종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106으로 전망하는 등 경기 호전을 예고한 바 있다.
경기회복의 열쇠를 거머쥔 주요 전자 및 IT업체가 실적·자금사정·채산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반갑고 기쁜 일이다. 하지만 예단은 금물이다. 아직은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경제의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고 동남아국가의 경제불안과 반도체 가격 하락 등 적지 않은 암초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경기의 회복이다. 미국경제가 예상대로 회복되지 않으면 영향을 크게 받는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경기회복도 내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과 동남아시아·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이머징마켓의 붕괴위기 등 세계경제의 동반부진도 경제회생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가격경쟁력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중국 등이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고, 고부가가치 제품의 국제경쟁력이 아직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적신호다. 올들어 반도체·컴퓨터·철강·섬유·신발 등 주력제품의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이유도 여기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뿐 아니라 단일품목으로 최대 수출품인 메모리반도체 값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니 걱정이 태산이다.
주지하다시피 국내 수출구조는 취약하기 짝이 없다. 반도체·컴퓨터·자동차·석유화학·선박 등 5대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을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한쪽으로 쏠려 작은 충격조차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수출구조다. 또 수출지역 다변화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에 대한 수출비율이 98년 17.2%에서 2000년 21.8%로, 일본은 9.2%에서 11.9%로 오히려 높아졌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인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 못지않게 정부 지원이 중요하다. 차제에 수출시장 다변화 및 품목 다양화를 통해 수출환경의 체질을 강건하게 바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