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망 벤처를 찾으시나요?’
17일 벤처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벤처투자를 희망하는 외국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가능한 유망 벤처기업들의 리스트, 이른바 ‘투자 족보’가 공공연하게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어 벤처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리스트는 이미 상당수 유망 벤처기업들에 기관투자가 이뤄진데다 신규업체 발굴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벤처에 투자를 희망하는 외국계 투자자들, 특히 일본·대만·화교 등 아시아계 자본 등을 대상으로 은밀히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족보에 오르는 기업들은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다양하지만 대부분 자본금 10억∼20억원, 매출규모가 50억∼100억원대에 달해 나름대로 시장진입에 성공하고 있는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 족보는 전직 투자기관 종사자, 기업 컨설팅 전문기업, PR 전문가 등에 의해 작성되고 있으며 최근들어서는 부업형태로 이뤄지던 것이 본업화하는 양상을 띠고 있어 또 하나의 틈새 직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가 전직 외국계 금융회사의 국내 지점장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재직시 쌓은 기업 분석 노하우와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드러나지 않게 활동하고 있다.
발굴된 기업에 대한 자료는 폐쇄적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벤처에 투자를 희망하는 외국 대형은행이나 종합상사 등에 주로 제공되며 투자가 성사될 경우 대개 3억∼5억원 정도의 수수료를 받고 있는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또 일부 외국계 자본의 경우 국내에 새로 설립되는 홍보·IR·경영컨설팅 전문 대행업체 등에 공동투자하는 것을 조건으로 각종 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얻는 사례도 있다.
한 IR전문 컨설턴트는 “국내투자를 원하는 상당한 외국계 자금이 여러 경로를 통해 투자대상기업에 대한 정보를 물색중”이라며 “벤처기업에 대한 정보획득이 용이한 업무 종사자들이 자신만의 기업DB를 구축, 이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금확보에 비상이 걸린 벤처기업들에 어쨌든 자금유치의 가능성이 높아져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투자가 기업의 전략과 발전 가능성에 기초해 이뤄지지 않고 단기적 관점에서의 자본이득을 목적으로 이뤄질 경우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