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반도체주는 처분하는 반면 통신서비스주를 사들여 관심을 끌고 있다.
17일 거래소시장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주식을 각각 256억원, 206억원 팔아치운 반면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은 각각 179억원, 23억원을 사들였다.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도 KTF와 하나로통신 주식을 각각 60억원, 4600만원을 사들였다.
삼성전자는 순매도 대금순위에서 1위에 올랐고 하이닉스반도체는 수량규모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으로 기록됐다. 반면 한국통신과 KTF는 각 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1위를 차지해 외국인이 반도체를 팔아 통신서비스주를 사고 있음을 보여줬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반도체 현물가격 회복 시그널이 보이지 않음에 따라 삼성전자 등 관련업체의 실적악화 우려가 높아지면서 반도체주에 대해 매도세를 보이는 반면 통신서비스는 지난 4월부터 지속돼온 약세로 가격메리트가 부각되면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외국인들의 반도체주 매도는 현물경기에 대안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그동안 신봉했던 ‘4분기 반도체주 반등’에서 후퇴, 내년 이후에나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시장의 반도체주 약세도 부담이다. 철저히 나스닥시장과 연동해 국내시장에 대응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인텔 등의 주가약세와 맞물려 국내 반도체주들을 대거 팔아치우고 있다는 것.
그러나 반도체주 전망이 반드시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상당수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외국인의 매도로 국내 반도체의 저가 매수 기회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번 3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점쳐지고 있어 지금이 저가 매수의 기회라는 주장이다. 즉 주가가 경기를 선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의 메리트가 부각되는 시점이라는 얘기다.
이에 비해 외국인은 통신서비스주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통신은 지난달말 해외 주식예탁증서(DR)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수급부담으로 작용했던 정부 물량부담이 일정 부분 해소됐고 최근 낙폭과대로 저가메리트가 크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최근 5일 동안 지난 13일 하루를 제외하고 순매수에 나서 긍정적인 무드가 연출되고 있다.
SK텔레콤은 4일 연속 외국인들이 매수에 나섰다. 7월초로 예상했던 NTT도코모와의 전략적 제휴가 다시 연기된 상태에서 외국인 매수에 나선 것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증시전문가들은 20만원대가 무너지면서 가격메리트가 부각된 게 외국인의 발길을 돌려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종가기준으로 연중 최저가를 기록했던 KTF도 3일 연속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낙폭과대에 따른 저가메리트 외에도 실적개선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반영원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이 여전히 수급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전세계 통신서비스주 약세로 저가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다”며 “외국인들은 당분간 가격메리트를 찾아 움직이다가 오는 10월 NTT도코모의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서비스를 계기로 매수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