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에어>안방에 몰아치는 무협액션 칼바람

 심상치 않은 적막감이 감도는 무림의 밤. 어디선가 나타난 검객들이 붉고 흰 도포자락을 날리며 칼바람을 일으킨다. 수많은 적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져 가고 다시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유유히 허리춤에서 호리병을 꺼내 목을 축이는 그. ‘휙’ 하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던 관객들은 숨 소리도 크게 내지 못한다.

 임청하가 출연한 무협물 ‘동방불패’ 만큼 그녀의 남성적인 카리스마와 고혹적인 여성미가 잘 나타난 영화가 또 있을까. 90년대 초 이 영화가 국내 관객에게 선보였을 때 그녀가 호기롭게 술을 마시던 이 장면에 매력을 느끼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 동방불패가 이번에는 TV용 시리즈로 부활해 안방에 무협 바람을 몰고 온다. 코미디TV가 23일부터 52부작으로 선보이는 동방불패는 5000만홍콩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제작비에 걸맞게 홍콩 TVB에서 70%의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는 무협시리즈다.

 강호를 지배하려는 일월 마교와 이에 맞서는 오악검파의 대결,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넘나들며 얽히고 섥히는 오해와 애증, 그리고 소호강호라는 악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음모와 비밀을 다룬 이 시리즈는 영화 ‘소호강호’와 ‘동방불패’를 모두 아우르는 한편의 대서사시이다.

 우선 정소동·이혜민 감독의 공동 연출 작품이라는 점부터가 큰 화제다.

  천녀유혼·동방불패·신용문객잔·소호강호 등 홍콩 영화의 교과서격인 주옥같은 작품들이 이들 두 감독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영화 미학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이들의 작품인 만큼 영상미도 예사롭지 않다. 무협액션의 최고봉인 정소동 감독의 힘있는 특수효과와 섬세함이 특기인 이 감독의 환상미가 적절히 어우러졌다.

 줄거리며 감독이 너무도 잘 알려진 동방불패이지만 배우들 만큼은 신선함 그 자체이다. 우선 동방불패 역은 영화 ‘아처’에 출연해 12억 중국인을 울린 대만 최고의 스타 ‘유설화’가 맡았다. 특히 슬픔과 분노가 공존하는 그녀의 표정 연기는 임청하를 능가하는 카리스마로 깊은 전율을 느끼게 한다는 평을 얻었다.

 최근 개봉작 ‘성원’에서 주인공 ‘양파’로 출연해 국내에서도 주가를 한창 올리고 있는 임현재와 금지옥엽·친니친니에서 청순 가련한 매력을 한껏 발산했던 원영의의 연기 변신도 눈에 띈다.

 사슴같은 눈망울로 팬들을 사로잡았던 원영의가 거친 고난도 무술 연기를 훌륭히 소화해내는 장면은 색다른 재미로 다가온다.

 코미디TV 한주영 프로듀서는 “시리즈로 제작됐다는 특성상 주변 인물들의 독특한 캐릭터들을 잘 살렸다는 점도 또다른 볼거리“라며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작품인 만큼 무협 마니아라면 꼭 챙겨봐야 할 것“이라고 추천했다.

 경인방송의 중국영화가 꾸준한 관심을 모으고 국내 무협대작 ‘무사’가 극장 개봉을 앞둔 가운데 무협의 인기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