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들이 정의한 조직행위에 영향을 주는 성격적 특성에 관한 이론 중 ‘A형·B형 차원’이라는 이론이 있다. 참을성이 없고 성취에 대한 갈망이 큰 사람일수록 A형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대략, ‘항상 바쁘게 움직이며 빠르게 먹는다. 단시간에 많은 계획을 세우고 한꺼번에 여러 일을 한다. 삶을 즐길 여유를 갖지 않는다’ 등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반면 B형은 느긋하고 모든 일에 태평하다고 한다. 과업의 속도는 당연 느려질 것이다. 그러므로 조직에서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A형일수록 인정을 빨리 받을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CEO 중에는 B형이 많다는 점이다. A형은 지나치게 자신을 몰아치기 때문에 처음에는 남보다 앞서지만 지나친 스트레스로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조직의 위로 올라갈수록 신중한 판단과 복잡한 투입요소 선별 능력이 중시되므로 A형보다는 B형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업 성향도 A형과 B형의 성향이 조화돼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벤처 밸리의 붐에 대해 환상을 품고 미화하던 때가 불과 1년여 전이었다. 그러나 그런 기사 한 켠에는 많은 벤처인들이 밤낮없는 과로로 병원을 찾는다는 기사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효율적인 사업 운영으로 단기간에 비약적 성장을 이루는 모험가 정신, 이것이 벤처 정신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 정신이 우리 사회의 ‘빨리 빨리 병’과 맞물려 단기간에 떼부자가 되지 못하면 실망하고 떠나는 조급증은 오히려 벤처 정신을 병들게 할 수 있다. 효율성 및 신속성과 더불어, 때로는 돌아가는 듯하지만 정도를 갈 줄 알고, 신중한 판단과 한 발 쉬어 가는 여유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편법과 무리수로 고도 성장을 구가하다 일순간에 넘어진 기업들도 A형 성향에만 모든 성공의 방점을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신속성’과 ‘조급증’을 구별할 줄 아는 성숙한 기업 문화가 다시 꽃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