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 단체인 ‘커머셜 알럿(Commercial Alert)’이 검색엔진 업체들을 왜곡 혐의로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제소했다.
이번에 제소된 검색엔진들은 MSN·넷스케이프·디렉히트·핫보트·라이코스·알타비스타·룩스마트·i원 등 8개로, 커머셜 알럿은 이들 검색엔진 운영업체들이 기업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검색 결과를 조정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커머셜 알럿은 검색엔진 업체들이 결과를 표시하는 객관적 기준을 무시한 채 네티즌에 대한 적절한 해명없이 수수료를 가장 많이 지불하는 기업체에 우선권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특히 검색엔진들이 자신들의 검색결과가 ‘광고수수료에 의한 사실상의 광고 행위’라는 사실을 감춤으로써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색엔진들이 돈을 받고 검색결과를 왜곡하는 행위는 TV용 인포머셜(정보 광고)을 TV 프로그램으로 인정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과거 FTC는 광고라는 표시를 하지 않은 인포머셜을 불법화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이 단체는 8개 주요 검색엔진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로 연방 법률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며 이에 대해서도 FTC가 조사에 착수해줄 것을 요청했다.
커머셜 알럿의 게리 러스킨 이사는 “인터넷 시대에 검색엔진은 교육과 지식 획득의 핵심적인 수단으로 떠올랐다”며 “소비자들을 속인 채 광고주들에게 유리하도록 검색 결과를 왜곡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외의 검색엔진도 제소하려 했으나 돈을 받고 검색 결과를 조작하는 대표적인 업체만을 이번에 정식으로 문제삼았다”고 덧붙였다.
검색엔진은 20억개 이상의 웹사이트와 140억개 이상의 링크로 구성돼 있으며 네티즌들이 입력하는 키워드에 따라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e메일 다음으로 가장 이용도가 높다. 따라서 이번 제소가 전세계 네티즌들에게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검색엔진 업체들은 이같은 주장을 부인하고 있으나 인터넷 업계 관계자들은 “검색엔진들 사이에서 이같은 관행이 워낙 만연돼 있어 언젠가 표면으로 부상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업체가 낸 수수료에 따라 검색 결과를 왜곡하는 이같은 행위를 ‘배치료’라 부른다”면서 “검색엔진들은 매출을 늘리기 위해 기업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특정 분야에서 높은 검색 결과가 나오도록 하거나 해당 업체의 웹사이트가 상대적으로 더 노출되도록 배려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제소가 검색엔진 업체들이 계속되는 적자를 모면하고 중요성이 결정적으로 커진 자신들의 위치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목적 아래 새로운 사업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한 정면 공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FTC는 이번 사안에 대한 공식 논평을 하지 않았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