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보건복지부가 내년부터 현재의 건강보험증을 대체하는 이른바 전자건강보험증 카드 도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안으로 전자건강보험증 카드 도입 계획 등이 담긴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내년부터 전면도입을 추진한다는 보도다.
전자건강보험증 카드는 의료기관·약국의 보험급여 허위·부당청구 방지 등을 위해 기존 건강보험증에 IC칩을 내장해 카드화한 것인데 보험가입자가 의료기관·약국을 찾으면 진료·처방·조제 내역이 그대로 카드에 입력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험급여의 허위·부당 청구를 막을 수 있고 가입자 편익을 증대시키면서 환자의 알 권리도 보장하는 등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전자건강보험증 카드의 용량이 적어서 개인정보나 진료내역도 누적되는 것이 아니고 최소한의 내용만 저장되므로 논란의 여지가 적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전자건강보험증 카드 도입의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할지라도 사생활 침해 우려 등 여러가지 문제를 낳을 수 있는 만큼 도입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선 개인의 신상명세는 물론 진료·처방·조제 내역과 병력이 저장되는 전자건강보험증카드가 아무리 보안성이 있는 IC카드화 되더라도 코드 해독이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만약 개인정보가 유출된다면 숨기고 싶은 질병이나 일상 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국내 전산망의 취약함 등을 고려하면 해킹이나 기타 방식에 의한 대규모 정보 유출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전자건강보험증카드를 신용카드와 연계해 사용한다는 계획인데 의료비 지불내역서를 신용카드회사에 전송하는 과정에서 개인 병력이 넘어가고 상업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전자건강보험증 카드가 도입된다고 해서 현재의 문제점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의료기관·약국의 가짜 환자 조작이나 부풀리기가 조금 줄기는 하겠으나 일반 환자가 진료내용을 자세히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힘든 상황에서 보험급여 부당청구는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또 전자건강보험증 카드 제도를 도입하는 데 따른 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됨으로써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자건강보험증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난 98년 국민들의 반발로 도입이 좌초된 전자주민카드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권철호 서울 중구 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