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실적호전 약효 태평양에 다 녹았나

 

 인텔의 실적호전 발표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큰 폭으로 반등했지만 국내 관련주들은 큰 영향을 받지 못했다.

 현지시각 17일 발표된 인텔의 성적표가 하향된 전망치를 충족하기는 했지만 의미있는 수준은 아니며 시간외 매매에서 인텔의 주가가 오히려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인텔 효과’가 나타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또 3분기 이후에도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낮다는 점이 시장에서 단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19일 하이닉스반도체의 상반기 실적 공개와 20일 삼성전자의 설명회 등 굵직한 변수들을 앞두고 있어 투자자들이 단발성 훈풍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인텔은 2분기에 당초 예상치인 10센트를 넘는 12센트의 주당순이익(EPS)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8%나 폭등, 국내 증시에도 일시적이나마 상승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500원 오른 16만7500원에 장을 마쳤고 이날 감산을 선언한 하이닉스반도체도 5원 상승한 1690원에 마감되는 등 국내 증시의 ‘인텔효과’는 관련주들의 주가 하락을 막아주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주성엔지니어링·원익·아토·실리콘테크 등 코스닥시장 장비 및 재료주는 일제히 주가가 떨어지며 인텔의 영향과는 정반대의 주가 흐름을 나타냈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2분기 실적보다는 3분기 이후의 동향에 더 관심을 높여야 할 때라고 충고하고 있다. 2분기의 실적악화가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된 상황이라면 3분기 이후 언제쯤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나타나는가가 향후 증시의 관심사로 부각될 수 있다는 것.

 인텔이 2분기 예상실적을 충족했지만 이날도 ABN암로증권은 인텔의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투자등급을 낮췄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도 2분기보다 3분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일시적인 뉴스에 얽매이기보다는 반도체 경기에 큰 변화가 나타나는지에 초점을 맞춰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상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을 통한 주식시장의 바닥논리에 대한 점검은 다시 3분기 실적발표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반도체를 포함한 증시의 본격적인 상승세 역시 미국의 경기 회복신호가 나타난 이후에나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윈도우XP 출시나 주요 D램업체들의 공동감산 합의 등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반도체주들은 당분간 지루한 주가 흐름을 나타낼 공산이 크다”며 “경기 저점을 겨냥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사업에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난 이후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