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삼성전자와 AOL-타임워너의 전략적 제휴는 세계적인 가전업체와 세계 최대 미디어회사가 디지털 정보가전의 보급확산을 위해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제휴로 양사 모두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갈수록 열기를 더해가는 세계 주요 기업간의 디지털 정보가전시장을 둘러싼 선점경쟁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세계 디지털 정보가전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가전 및 통신업체와 콘텐츠 및 서비스 제공업체와의 제휴가 잇따르고 있다.
디지털 정보가전이란 인터넷과 통신기술을 가전제품과 결합시켜 가전제품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품. 따라서 디지털가전과 콘텐츠 및 서비스와의 결합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e컨버전스’를 모토로 내걸고 세계 디지털 정보가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파트너를 물색해온 삼성전자는 이번 AOL-타임워너와의 제휴에 두 가지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먼저 미국에서만 2300만명의 가입자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30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AOL-타임워너가 자사가 보유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담을 디지털 정보가전으로 삼성전자 제품을 선택했다는 데 있다.
로버트 프리드먼 AOL-TV 사장은 “세계 최대 가전업체 중 하나인 삼성전자와의 제휴를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제휴를 통해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한층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게 됐다”며 파트너인 삼성전자의 위상을 높이 평가했다.
AOL-타임워너는 디지털TV용 세트톱박스를 시작으로 케이블TV용 세트톱박스·휴대폰·웹터미널 등 디지털제품을 삼성전자로부터 공급받아 삼성전자 브랜드로 판매하면서 보유한 유력잡지 및 방송매체를 통해 삼성전자의 기업이미지 광고를 병행키로 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디지털제품 시장인 미국에 막강한 신규 판매망을 확보함은 물론 기업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든든한 후원자를 얻게 되는 등 디지털 시장공략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예컨대 LG전자의 경우 미국내 유력 가전브랜드 중 하나인 제니스를 활용해 디지털가전시장 공략에 큰 힘을 얻고 있는 데 반해 삼성전자는 미국내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데다 이렇다 할 판매망도 확보하지 못해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었던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삼성전자가 AOL-타임워너와의 제휴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TIME·CNN·TNT 등 세계 최고의 온라인·오프라인 매체를 보유한 AOL-타임워너와 손을 잡음으로써 디지털 정보가전의 핵심인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디지털 정보가전시대에는 아무리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든다 해도 이를 통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와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을 제공하지 못하면 제품의 경쟁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수년전부터 콘텐츠와 서비스 부문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일본의 경쟁업체인 소니와 비교해 볼 때 이 부문에서 열세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소니의 경우 이미 세계적인 영화사와 음반사, 게임업체를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어 아날로그에 이어 디지털 정보가전시대에도 한발 앞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는 인터넷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AOL과 음악·영화·방송사 등을 보유한 타임워너의 합병으로 만들어진 타임워너와의 이번 제휴로 취약했던 부문을 보완할 수 있는 큰 힘을 얻게 된 셈이다.
김병국 삼성전자 부사장은 “세계 최대 온라인·오프라인 미디어회사인 AOL-타임워너와의 전략적 제휴로 삼성전자의 디지털제품을 통해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제휴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이번 양사간의 협력이 디지털TV용 세트톱박스를 시작으로 차세대 케이블TV용 세트톱박스, 무선인터넷 휴대폰, 웹터미널 등으로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양사는 디지털 정보가전시대가 본격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2, 3년내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홈네트워크 제품에 AOL-타임워너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연계시킨 제품을 개발, e커머스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상에서 판매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삼성전자와 AOL-타임워너의 포괄적인 제휴가 향후 디지털 정보가전시장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