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프로세서 30년>MPU 기술 발전 한계는

 지난 5월 은퇴한 고든 무어라는 이름은 앤디 그로브 인텔 회장의 말대로 곧 반도체의 역사다.

 반도체 역사에서 그의 이름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바로 그가 만들었다는 ‘무어의 법칙’ 때문이다.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있는 트랜지스터의 숫자가 18개월마다 두배씩 증가한다는 반도체기술 발전속도에 관한 법칙이다.

 이 법칙의 전제는 가격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갈수록 ‘더 빠르게, 더 싸게, 더 작게’ 디지털정보를 다룰 수 있게 됐다. 맨처음 고든 무어는 데이터 용량이 매년 두배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그 속도가 점차 느려지자 18개월로 약간 손질했다. ‘무어의 법칙’은 지난 30년간 프로세서의 발전속도를 짚어냈다.

 93년 인텔이 0.50미크론(1미크론은 머리카락 1000분의 1 두께) 회로선폭 기술로 양산에 들어갔을 때 고든은 무어의 법칙도 0.25미크론 기술에선 한계에 이를 것으로 예견했다. 고든은 그 이유로 리소그래피(실리콘위에 마치 사진을 찍는 방식으로 회로를 입히는 핵심공정) 기술의 물리적 한계를 들었다. 그러나 4년후 인텔은 0.25미크론의 양산에 들어갔다. 성능은 4배나 개선됐다.

 2001년 여름 세계 반도체업계는 0.15∼0.14미크론을 상용화하고 있다. 회로선폭이 가늘어지면 그만큼 집적도는 높아진다. 집적도가 높아지면 속도가 빨라진다.

 시판중인 1㎓ 마이크로프로세서 안에는 무려 1억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있다. 초당 100억회나 명령을 수행한다.

 30년전 4비트짜리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트랜지스터수가 고작 2300개였으나 그동안 집적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 수 있다. 회로선폭을 가늘게 하는 것은 갈수록 힘들다. 그렇지만 기술은 계속 진보하고 있다.

 고든 무어가 0.25미크론에 대해 그렇게 생각했듯이 얼마전까지만 해도 0.10미크론은 넘기 힘든 ‘마의 벽’이었다.

 누구나 ‘무어의 법칙’이 또한번 한계에 직면했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제 반도체업체들은 이 기술의 상용화에 거의 근접했으며 이제는 0.07 이하 미크론의 상용기술개발에 도전한다. 이론적으로 0.03미크론까지 개발이 가능하다.

 0.03미크론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만들면 10㎓의 처리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 슈퍼컴퓨터를 바로 칩 하나에 담는 꿈의 반도체가 생기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반도체 재료와 장비로는 어림없다. 새로운 장비와 소재가 필요하다.

 물리적으로 회로선을 더욱 미세하게 입히려면 그만큼 짧은 파장의 광선이 필요하다.

 인텔에 따르면 0.03미크론 기술을 구현하려면 파장을 현 최고수준의 장비보다 93%나 짧아진 13.4나노미터의 극자외선(EUV)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정도로 파장이 짧으면 광선이 대기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흡수되는 일이 생긴다.

 EUV리소그래피를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앙숙인 인텔과 AMD가 공동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안다. 이 컨소시엄에는 인피니온·마이크론테크놀로지·모토로라 등도 참여했다.

 0.03미크론은 실리콘 게이트의 두께가 0.8나노미터 정도로 원자 3개의 지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원자 크기 이하로 회로선폭을 가늘게 할 수 없고 결국 ‘무어의 법칙’도 끝나는 게 아닌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유기물질과 같은 실리콘을 대체하는 새로운 소재를 사용할 경우 ‘무어의 법칙’은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도체 기술 역사에선 한계에 다다랐을 때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다. 인텔이 플래시메모리를 개발한 것이 그랬으며 IBM이 알루미늄 대신 구리를 쓴 회로 칩을 만들었을 때도 그랬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