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프로세서 30년>마케팅이 관건이다-`인텔 인사이드` 성공 마케팅 본보기

 ‘품질은 1순위, 마케팅은 0순위’

 마이크로프로세서시장에서 성공의 관건은 마케팅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일로그·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같은 세계적인 업체들이 혁신적인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하고도 시장에서 밀려나 다른 제품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도 어쩌면 인텔의 마케팅 공략에 대응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인텔의 마케팅 방법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인텔인사이드 전략’.

 PC의 강력한 성능 이면에는 이를 지원하는 강력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 인텔이 91년 4월 IBM과 월스트리트저널에 PC광고와 인텔인사이드 로고를 내면서 시작됐다.

 인텔은 이후 시장개척자금을 조성해 PC업체들이 인텔인사이드 로고와 함께 광고를 내면 광고비의 6%를 지원, PC업체들에는 광고비 부담을 줄이고 인텔로서는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노리는 마케팅전략으로 발전시켰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인텔인사이드 프로그램에 투입된 자금은 150만달러였고 91년 이후 투입된 자금은 2000만달러다. 또 초기 참여업체수가 300여개던 것이 지금은 2700개가 넘는다.

 이같은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바탕으로 인텔은 세계 제1의 반도체기업으로 클 수 있었고 인텔이라는 브랜드는 390억달러의 가치를 지니는 세계 4위의 톱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결국 각종 정보기기 안에는 핵심기능을 하는 반도체가 있다는 인텔의 마케팅방법이 주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텔의 이같은 성공에 고무돼 많은 반도체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비록 규모와 자금에서 큰 차이가 있으나 고객사와 고객사의 완제품을 사용하게 될 최종 소비자들에게도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

 경쟁사인 AMD의 경우 조립PC에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각종 벤치마킹 테스터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 한국에서도 용산전자상가와 대학생들, 동호회를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PKO게임리그의 공식후원자로 나서는 등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이나 매출규모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지만 AMD는 애슬론 이후 고속경쟁에서 인텔을 앞서는 만큼 적당한 마케팅방법을 찾는다면 승산이 있다는 기대다.

 그러나 반도체 마케팅이 단순히 고객을 대상으로 인지도를 높인다고 해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과 고객의 요구를 사전에 분석하고 이에 걸맞은 효과적인 툴을 찾는 일, 이에 앞서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켜야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임베디드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지적재산(IP)업체 ARM은 10년이 채 안되는 짧은 기간에 관련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ARM은 핵심기술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대신 각종 IP거래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툴을 고객에게 홍보하고 고객이 쉽게 필요한 IP를 구입할 수 있도록 VCX라는 IP거래소 설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고객이 자사의 IP를 활용해 빨리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각종 개발자 툴과 소프트웨어도 패키지로 제공하면서 효율성을 높였다.

 이처럼 ARM은 고객이 가장 원하는 것, 바로 빨리 제품개발을 하고 싶다는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데서 마케팅방법을 착안해낸 것이다.

 가트너그룹 한국지사 손종형 지사장은 “앞으로는 반도체업체들도 마케팅이 중요한 생산요소로 떠오를 것”이라면서 “세계로 영업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마케팅 툴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인텔코리아 권명숙 마케팅총괄 상무는 “마케팅은 단순히 제품을 알리는 차원이 아니다”면서 “무엇보다 고객이 제품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제품을 통해 고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반도체기업들이 ‘제2의 인텔’을 꿈꾸고 있다. 첨단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세계적인 인지도를 지닌 반도체기업의 출현은 체계적이고 글로벌한 마케팅력의 제고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게 됐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