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프로세서 30년>국내 개발동향-비메모리 열강 집입 `잰걸음`

 차세대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을 향한 우리 업체들의 도전이 예사롭지 않다.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최대 생산국이라는 영예를 갖고 있으면서도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대만 등 여타 개발도상국보다 뒤떨어진다는 불명예를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가장 빠른 변화의 움직임은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종합반도체기업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8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형태로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술 개발을 추진해왔다.

 핵심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마이크로컨트롤러를 자체 개발하는가 하면 90년대 들어서는 독자적인 프로세서 기술 개발에도 매진, 결과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캄 리스크(Calm RISC)’.

 8비트, 16비트, 32비트 제품까지 나온 이 프로세서는 명령축약형 설계 방식을 적용해 성능을 높이면서도 시스템 개발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삼성전자는 이들 제품을 자사 스마트카드·디지털카메라 등 고성능을 필요로 하는 시스템에 적용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난 94년 ARM과 마이크로프로세서 코어기술을 도입하기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지속적으로 제품 개발 노력을 기울여왔다. ARM의 개방형 환경을 이용해 차세대 멀티미디어 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세서를 개발 중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MP3·PDA·휴대형 멀티미디어 기기 등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인터넷 정보단말기와 점차 지능화돼 가고 있는 정보가전 시장에 대응해 신개념의 프로세서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방향은 시스템온칩(SoC). 풍부한 독자 시스템 설계기술과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쌓은 프로세서 설계기술, 공정기술을 결합해 차세대를 이끌 강력한 통합프로세서를 만들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전략이다.

 최근 마이크로컨트롤러(MCU)를 비메모리 분야의 주력 아이템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도 차세대 프로세서 개발에 남다른 의욕을 보이고 있다.

 85년부터 LG반도체가 개발해온 각종 MCU코어를 다양한 가전기기에 적용해본 경험이 있는 하이닉스로서는 급속도로 임베디드화돼 가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기술 방향에 상당히 자신이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세계적인 메모리 기술을 갖고 있는 데다 자바칩을 통해 공정기술의 노하우를 쌓은 만큼 방대한 데이터 처리 요구로 프로세서와 메모리가 통합돼 가는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목표다. 매스크롬·플래시·EEPROM 등을 통합한 MDL(Merged DRAM Logic)에 주력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유수 전자업체들과 협력해 차세대 MCU 개발도 추진할 예정이다.

 중소 시스템 벤처업체들의 노력도 속속 결실을 거두고 있다.

 에이디칩스는 EISC 방식의 16비트, 32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독자 코어기술을 개발, 중국 ASIC업체 등 본격적으로 해외 라이선스를 시작했다. 또한 이 코어들을 활용한 휴대형 노래반주기용 프로세서, 아케이드 게임보드 등을 직접 개발, 시스템업체와 일본 진출에 나섰다.

 최근 16비트 범용 MCU 개발에 성공한 인피니어마이크로시스템스는 본격적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독자 DSP코어를 개발한 자람테크놀러지와 TLi는 이를 바탕으로 음성인식칩·MP3 통합칩 등 다양한 SoC를 내놓고 있다.

 학계의 노력도 활발하다.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 경종민 교수팀은 자체 개발한 프로세서 코어를 파이언·다이나릿시스템 등 벤처기업에 이전, 사업화에 나섰으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유회준 교수팀은 차세대 이동전화기용 메모리·프로세서 통합칩 ramP-Ⅱ를 개발하고 사업화를 서두르고 있다.

 연구개발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동안의 결과물을 업계에 돌려 산업 인프라 강화에 일익을 담당하겠다는 의지다.

 마이크로프로세서 기반의 고부가가치의 SoC, 우리 업체들이 겨냥하고 있는 차세대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