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인 정보공개를 통해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는 정보기술(IT)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 정보공개는 투명성이 강조되는 주식시장에서 기업과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고 이는 곧 주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IT업체들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신장비업체인 네오웨이브는 지난 13일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영업실적에 관한 자료(네오웨이브 뉴스레터)를 e메일로 보냈다. 투자자들의 물음이나 애널리스트의 방문에 수동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자발적인 실적공개 등 능동적으로 나서는 것이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최두환 네오웨이브 사장은 “매달 증권관계자와 주주들에게 매출은 물론 영업실적을 정기적으로 공개해 기업의 투명성을 높여가겠다”며 “경영의 투명성이 높은 회사일수록 투자가와 애널리스트들로부터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업체인 인터파크는 올 1월부터 애널리스트와 기자들을 대상으로 매월 기업실적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인터넷 거품논쟁으로 주가하락의 골이 깊어지고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자 적극적인 기업 알리기에 나선 것이다.
인터파크는 그동안 실적공개에 대해 내부적으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비관적이던 전자상거래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고 실적공개를 통해 ‘무언가 숨기려 한다’는 오해도 동시에 불식시켰기 때문이다.
반도체장비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1월부터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기자 등을 대상으로 매월 실적자료를 보내 기업의 투명성을 높여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하락으로 반도체 관련주들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주성엔지니어링이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는 것도 기업의 정보공개 덕분이라는게 회사 안팎의 평가다.
김동식 주성엔지니어링 IR팀장은 “실적 등 기업정보를 공개한 후 회사의 주가가 상승기에는 그 상승폭이 큰 반면 하락기에는 하락폭이 둔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실적공개에 따른 투명성 확보로 투자자들과 증권가로부터 신뢰를 쌓은 게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기술 유통업체인 삼테크도 국내외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230명을 대상으로 기업정보와 업계동향을 매달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내줌으로써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보안업체인 퓨쳐시스템과 이동통신서비스업체인 KTF도 정보공개로 투명성을 높이는 기업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는 지난달에 매달 실시하던 리니지(온라인게임)의 월별 통계자료 등 기업정보를 분기별로 1년에 4번만 공개키로 결정했다. 엔씨소프트는 이와 관련, “투자자들이 공개정보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불안해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고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공개된 정보를 과장하거나 왜곡, 피해가 우려돼 분기별로만 기업정보를 공개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증권가의 반응은 냉담하다. D증권사 엔씨소프트 담당 애널리스트는 “매달 경영관련 정보를 공개해 투명성을 높게 평가받았던 엔씨소프트가 돌연 정보공개를 미룸에 따라 오해의 소지를 남겼다”며 “시장은 예전과 같은 신뢰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게리엇 형제 영입 등으로 상반기 적자를 기록,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분기별로 기업공개를 결정한 것은 기업이 성장기에서 안정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준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실적 등의 정보공개는 기업 투명도를 높이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쌓을 수 있어 증시가 발달한 미국 등 선진기업들이 앞장 서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 증시도 기업 투명성을 강조하는 풍토가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자발적인 정보공개를 통해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업체들이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