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 `VM표준화` 난항>(2)무엇이 걸림돌인가

무선인터넷업계의 버추얼머신(VM) 표준화가 명분은 있지만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표준화에 따라 업계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표준화는 결과에 따라 무선인터넷 시장을 재편할 만한 폭발력을 갖고 있을 만큼 업계의 이해가 첨예하게 얽혀 있다.

 무엇보다도 무선인터넷 시장의 ‘맹주’격인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무선인터넷서비스3사부터 표준화에 따르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무선인터넷은 구성요소면에서 유선인터넷과 유사하지만 유선에 비해 폐쇄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서비스업체간 표준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3사는 지난해부터 각각 독자적인 VM플랫폼을 채택, 이에 맞는 콘텐츠·솔루션공급자(CP/SP)들을 끌어들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다양하고 차별화된(폐쇄된) 서비스가 초기 무선인터넷 시장주도권을 잡는 데 열쇠라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수급구조가 이동전화업체를 축으로 CP/SP들이 수직적·종속적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 표준화가 자칫 협력시스템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수년간 유지돼온 음성서비스 시장의 판도를 무선인터넷으로 바꿔보려는 이동전화업체들의 숨은 전략도 표준화문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통부의 중재로 이동전화3사 대표들은 최근 모임을 갖고 VM표준화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했지만 일단 원칙적인 얘기만 오고간 채 별다른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들 업체는 대신 VM표준화에 기술적인 문제가 결부된 만큼 관련 표준화단체인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 ‘공’을 넘겨놓은 상황이다.

 VM표준화 문제는 또 무선인터넷 콘텐츠 및 솔루션업계의 이해와도 정면으로 대치되고 있다. 다양한 VM플랫폼이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공급을 확대하려면 새로 개발해야 하는 경제적·시간적 부담이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컨소시엄 형태로 특정 무선사업자와 연결된 상황에서 만약 해당 플랫폼이 표준화 경쟁에서 밀려난

다면 사활문제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현재 신지소프트·모빌탑·XCE·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주요 VM 전문업체들과 수백여 콘텐츠·솔루션업체 가운데 3사 중 한 곳만 손잡고 사업을 벌이는 곳은 적지 않다. 최충엽 신지소프트 사장은 이에 따라 “콘텐츠·솔루션업계에서도 특정 플랫폼으로 VM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쪽과 표준화 자체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쪽으로 엇갈리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같은 상황은 최근 TTA 주선으로 열린 VM표준화 모임에서도 입증됐다. 정통부·ETRI 등 관계기관과 콘텐츠·솔루션 등 20여 관계기관 및 기업 대표들이 참석한 이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무선인터넷 플랫폼 표준화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으나 각각의 입장만을 확인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에 따라 향후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표준화작업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쉽사리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형국이다.

 VM표준화 문제는 특히 무선인터넷 콘텐츠 및 솔루션업체의 시장진입과 무선인터넷 시장활성화와도 연계돼 있다. 현재 자바와 C++언어 계열에서 복잡하게 분리된 다양한 플랫폼 중 하나를 선택, 콘텐츠나 솔루션을 개발중인 업체들은 표준화 진척상황에 맞춰 개발의 방향과 개발진의 구성 자체를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업체들도 다른 플랫폼으로 표준화된다면 시장 재진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특정 망사업자를 중심으로 종속적이고도 폐쇄적으로 형성된 현재의 무선인터넷서비스 시스템이 지속되는 한 표준화문제는 계속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업계의 이해보다는 무선인터넷 산업활성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표준화가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고침>19일자 ‘무선인터넷 VM표준화 난항’(상)의 ‘국내 주요 VM 채택 현황’ 도표 중 MAP(모빌탑)의 지원언어를 ‘자바’에서 ‘C++’로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