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마케팅에 필요한 도메인 보유율이 낮아 잠재적인 ‘사이버 스쿼팅(도메인 선점 행위)’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세계적인 디지털 도메인 등록관리업체인 미국의 스피드네임스(http://www.speednames.com)가 240개 주요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최상위도메인(TLD) 보유실태를 조사 분석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사이버 스쿼팅 보고서’에 따르면 ‘.com’ 등 일반도메인(gTLD)에 대한 보유율은 ‘.co.kr’ 등 국가도메인(ccTLD) 보유율에 비해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 보고서는 한국 기업들이 도메인 사냥꾼들에 의한 사이버 스쿼팅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향후 해외사업 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들은 ‘.co.kr’의 경우 도메인 보유율이 90%를 넘어선 반면 ‘.com’ ‘.net’ ‘.org’ 등 3개 gTLD의 경우 보유율이 각각 56%, 28%,15%로 나타났다. 또 한국을 제외한 25개 타국 도메인 보유율은 5%를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한국 기업들이 타국 도메인 등록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조사대상 기업 중 gTLD를 한개 이상 보유한 기업은 62%, 두개 이상이 24%, 세개 이상이 12%로 나타났으며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기업도 38%나 됐다. 타국 ccTLD의 경우는 전체 기업 중 89%가 하나도 보유하지 않았으며 1∼5개 보유한 기업이 8%, 6∼10개를 보유한 기업이 1%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gTLD의 경우 전자·통신기업들의 보유율이 다른 업종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났으며 미디어 부문의 경우 gTLD를 하나도 보유하지 않은 업체가 48%에 달했다. 또 온라인 비즈니스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높지 않은 제조업의 경우 하나도 보유하지 않은 기업이 54%로 조사됐다.
도메인 형태면에선 브랜드명으로 도메인명을 등록한 비율이 7%에 그친 반면 기업의 이름으로 도메인명을 등록한 기업이 93%로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특히 자사의 기업명으로 도메인명을 만든 기업 중 55%가 기업 영문이름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나머지가 약어로 등록, 기업명이 한자가 많은 기업적 특성을 반영했다.
한편 이 보고서는 한국 기업들이 국내에서는 e브랜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있는 반면에 글로벌 정체성 확립에 매우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또 아시아 지역 국가 등 타국 도메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 향후 효과적인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을 위한 기초를 다져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