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부터 설립이 급증한 바이오벤처는 현재 500개가 넘는다. 소위 ‘뜬다’는 사업에 마구잡이식으로 뛰어든 벤처들로 바이오벤처가 난립현상을 보이고 있다.
벤처기업 증가는 산업화를 앞당기는 현상으로 반길 만한 일이지만 국내 현실은 선진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기술력도 없고 첨단 바이오산업과 다소 거리가 먼 유사 바이오업체들이 코스닥에 등록, 주가가 수십배 급등하면서 애널리스트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최근 모 업체가 바이오벤처를 사칭해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모으는 등 업계가 초기 단계부터 혼탁양상을 빚고 있다.
또 바이오벤처 중에는 특정한 유전자정보를 분석한 후 어린아이의 성격을 파악하고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심지어 궁합 등 입증되지 않은 유전정보를 알려준다는 회사가 20개를 넘고 있다.
이들은 최근 학원 등 교육기관과 연계해 유전자 검사를 활용한 교육사업을 펼치거나 중간에서 학생을 알선해주고 커미션을 챙기고 있어 사회 문제화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벤처는 대다수 대학과 병원 등의 연구실에서 시작된 ‘랩벤처’다.
직원의 70%이상이 연구원으로 구성됐으며 최고경영자(CEO) 역시 교수와 의사들이 겸직하는 상황이다.
대다수의 랩벤처는 연구를 통한 데이터베이스(DB) 축적과 획기적인 물질 합성에만 신경을 쓸 뿐 연구결과의 산물을 산업화하는 조직을 구성하는 데 무관심한 실정이다.
자금난을 호소하는 바이오벤처들은 재무담당자 등 전문적으로 기업 자금관리와 회계를 할 수 있는 인력도 확보하지 않고 외적인 요인으로 자금난이 가중된다는 불평만을 늘어놓는 실정이다.
교수나 의사들의 대표이사직 겸직도 국내 바이오벤처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수십년간 교수와 의사직에 있던 CEO들은 산업구조와 영업, 마케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벤처가 망하면 되돌아 갈 곳이 있다’는 식의 생각으로 기업에 전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 벤처투자심사역은 “바이오벤처업체의 CEO들은 한 기업의 대표이사로서의 자질보다는 학자나 과학자”라며 “이들은 경영을 위한 전문코스를 밟으려는 의지도 없고 그렇다고 전문경영인을 도입하려 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실험실과 업체들의 낙후된 전산인프라로 축적된 연구정보를 DB화하지 못하고 DB화된 정보도 관리하지 못해 해킹현상이 발생하는 등 기술유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생물·화학·의학·약학·농학 등 다양한 분야와 연관성을 갖고 있는 바이오산업계는 ‘이단’ 논란과 ‘사기꾼’으로의 매도가 난무하는 실정이다.
이제 싹을 틔우고 있는 바이오업계는 싹이 자라기도 전에 서로 싹을 밟아 버리는 일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세계 바이오시장을 겨냥해야 할 시점에 학파와 전공에 따라 서로를 이단으로 취급하고 연구결과를 무시해 경쟁력을 약화시키면서 투자가들의 외면을 부추기고 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