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 `VM표준화` 난항>(하)해법은 무엇인가

“무선인터넷 분야를 육성하고 전문 벤처기업들의 자립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선 국산 무선인터넷 플랫폼과 솔루션이 우선적으로 채택되는 방향으로 표준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와 이동통신회사들이 소신을 갖고 도와줘야 합니다.”(무선인터넷업계)

 “정부의 입장에서 외산 무선인터넷 플랫폼 대신에 국산을 채용하라고 강요할 수 없는 점을 이해해 주십시오. 다만 정보통신기술협회(TTA)·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 등 관련단체를 통해 업계가 자율적으로 표준화를 추진하면 이를 적극 지원해 주겠습니다.”(양승택 정통부 장관)

 지난 16일 무선인터넷 솔루션 및 전문 벤처기업 대표들과 양승택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나온 얘기다. 현재 무선인터넷용 버추얼머신(VM) 표준화 문제는 현실적인 장벽이 높지만 관련 솔루션 및 콘텐츠 개발에 따르는 중복투자를 줄이고 양질의 제품개발을 위해 플랫폼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대부분 공감한다.

 문제는 표준화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가느냐 하는 점이다. 물론 VM표준화 문제는 현재 핵심 쟁점사항인 자바와 C++계열의 VM 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는 것이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그러나 무선인터넷 전문업체들은 표준화 문제가 ‘토종이냐 외국산이냐’로 압축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VM시장이 국산과 토종의 경쟁구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장기적인 국내 무선인터넷 산업육성과 시장활성화를 위해 마땅히 국내업체를 보호하는 쪽으로 표준화의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미 정부도 여러 차례에 걸쳐 무선인터넷산업을 차세대 유망 업종으로 간주, 관련 산업육성과 국내 전문업체 발굴 및 지원을 강조해왔다.

 특히 현재 SK텔레콤(011, 017)이 채용하고 있는 신지소프트의 ‘GVM’과 KTF(016, 018)가 적용하고 있는 모빌탑의 ‘MAP’ 등 순수 토종 VM은 외산에 비해 품질면에서 손색이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빌탑측은 “KTF가 전량 채용을 적극 추진중인 퀄컴의 ‘브루’를 평가해본 결과 ‘MAP’보다 나은 점을 찾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최충엽 신지소프트 사장은 이와 관련, “현재 VM플랫폼 표준화는 자바냐 C++냐의 문제라기보다는 ‘국산이냐 외산이냐’는 문제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며 “만에 하나라도 ‘브루’ 등 외국 공룡기업들의 플랫폼으로 표준화된다면 각고의 노력끝에 이제 서서히 결실을 보고 있는 국내 VM업체들은 물론 관련 콘텐츠업계에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변했다.

 콘텐츠 및 솔루션업계도 표준화를 하려면 당연히 국산 VM플랫폼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성찬 다날 사장은 “같은 콘텐츠를 여러가지 플랫폼으로 개발하다 보니 낭비 요소가 적지 않다”며 표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뒤 “표준화한다면 국산 개발업체에 유리한 쪽으로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동헌 네오엠텔 사장은 “지난해 개발한 모바일 그래픽 이미지 전송 솔루션(SIS)을 이통3사가 모두 채용, 이젠 미국 퀄컴까지 로열티를 주고 채용키로 약속했다”며 “우리나라가 무선인터넷 시장을 선도할 정도로 솔루션업체들의 국제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표준화문제 역시 국내시장 보호와 관련업계 육성 차원에서 방향을 잡고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무선인터넷서비스의 정점에서 관련업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이동통신3사의 국내 솔루션·콘텐츠 전문업체 육성을 위한 마인드 정립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즉 기업의 이해관계에 얽혀 외산 플랫폼을 적용하기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양질의 콘텐츠·솔루션을 국내서 조달할 수 있는 ‘자급자족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도록 유망업체 발굴, 투자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표. 무선인터넷플랫폼 비교>

 비교항목=개발기업=원천기술력=지원언어=다운로드방식=적용

 MAP=모빌탑=자체개발=C=바이너리=KTF

 GVM=신지소프트=자체개발=모바일C=스크립트=SKT

 KVM=선마이크로시스템스=자체개발=자바=바이코드=LGT

 BREW=퀄컴=자체개발=C=바이너리=KTF

 XVM=XCE=자체개발=자바=스크립트=SK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