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는 PC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10년전에는 고작 100MB 용량의 하드디스크가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수십Gb를 넘어 100Gb시대를 돌파하고 있다. 하드디스크 용량이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대용량 데이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초고속인터넷의 대중화로 사용자 사이에 동영상 등의 대용량 데이터를 주고 받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하드디스크 용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드디스크의 용량을 늘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데이터를 기록하는 은색 원판인 플래터 수를 늘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플래터의 데이터 기록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플래터의 수를 늘리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어렵지 않지만 하드디스크 제조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따라서 플래터의 기록 밀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이 하드디스크업체 사이에서 경쟁적으로 개발됐다.
플래터의 기록 밀도를 높이는 방법은 헤드와 미디어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헤드는 플래터의 데이터를 읽는 장치다. 하드디스크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주로 박막 헤드가 사용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장을 이용한 MR 헤드와 GMR 헤드로 대체됐다. 박막 헤드를 사용할 때는 플래터의 데이터 기록 밀도가 평방인치당 1Gb 미만이었지만 GMR 헤드는 이를 10Gb에 근접하게 늘렸다. 최근 대부분의 하드디스크는 비용절감을 위해 데이터를 쓰는 데는 박막 헤드를 사용하고 데이터를 읽는 데는 MR 헤드를 사용하는 추세다.
미디어기술은 플래터의 코팅 재료를 다른 것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다. 현재 플래터는 산화철 코팅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 IBM은 AFC(Antiferromagnetically Coupled)라는 재료에 루테늄을 코팅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이에 따라 평방인치당 20Gb 정도였던 플래터의 기록 밀도가 급속히 향상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단지 용량뿐만 아니라 하드디스크의 속도도 눈에 띄게 빨라졌다. 하드디스크의 속도는 데이터를 검색하는 시간과 하드디스크 내부에 데이터를 기록하는 플래터의 회전속도에 좌우된다. 지난해초까지는 하드디스크 플래터의 회전속도가 대개 분당 5400회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1만회를 넘어 1만5000회 제품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플래터의 회전속도를 높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회전속도가 빨라지면 그만큼 열과 진동·소음이 증가하기 때문에 하드디스크의 안정성을 해친다. 따라서 얼마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회전속도를 높이느냐가 관건이다.
여기서 사용되는 기술이 유체 베어링이다. 플래터의 회전을 담당하는 것이 모터다. 특히 모터에서는 베어링이 중요하다. 만일 베어링이 회전속도를 이기지 못하면 모터에 이상이 생겨 하드디스크 자체를 사용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유체 베어링은 기존의 볼 베어링과 달리 사람 머리카락의 10분의 1보다 더 가는 윤활유층이 마찰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아무래도 금속과 금속이 접촉하는 볼 베어링보다는 부드러운 윤활유를 사용한 유체 베어링이 마찰을 줄이는 데 더 효과적
이다.
따라서 유체 베어링은 소음이 적고 충격 흡수가 뛰어나다. 유체 베어링은 분당 1만5000번 회전하는 하드디스크라도 25㏈ 정도의 소음밖에 나지 않는다. 또 150가우스 정도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볼 베어링과 달리 최대 1200가우스의 충격에 견딜 수 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