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크레츠테크닉의 매각으로 향후 3차원 초음파 시장에서 메디슨의 시장지배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일부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너럴일렉트릭(GE)이 3차원 초음파진단기 시장에 참여한 데 따른 시장 확대의 이익이 메디슨의 시장점유율 하락보다도 클 것이란 점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메디슨 이민화 회장(48)은 최근 자회사인 크레츠테크닉을 GE에 매각한 것을 두고 국내에서 부정과 긍정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번 매각을 새로운 시장 창출의 과정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슨이 4년전 실시간으로 태아의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3차원 초음파 진단기를 세계 처음으로 선보임으로써 3차원 초음파시장을 태동시켰지만 파이를 키우는 데 있어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 초음파진단기 시장(30억달러)에서 3차원 초음파진단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한 1억5000만달러 규모로 이 시장의 70% 이상을 메디슨이 차지해 리더의 위치를 확고히 굳혔지만 시장 규모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이 회장은 “메디슨이 단독으로 3차원 초음파 시장을 키우는 데 있어 힘겨움을 절실히 느꼈다”며 “GE가 크레츠테크닉을 인수, 3차원 초음파진단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짐으로써 3차원 초음파진단기 시장은 오는 2005년께 전체 초음파 시장의 50%인 20억달러에 달하고 메디슨은 이 시장의 25%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3차원 초음파 진단기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GE에 내준다고 할지라도 양사가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상대적으로 메디슨이 차지하는 파이는 매각 후에 더 커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즉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크레츠테크닉이란 ‘빅카드’를 과감하게 버리긴 했지만 재무구조를 건전하게 개선하는 동시에 실리를 취하겠다는 것.
이 회장은 이번 매각으로 메디슨의 해외 수출이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에도 의견을 달리했다. 크레츠테크닉의 제품이 자사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율은 고작 12%에 불과하고 내수 시장을 매출의 터전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사가 기술 협력을 통해 자체 개발한 ‘SA-9900’ 등 3차원 초음파진단기 제품군이 기술력과 성능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은데다 가격도 30∼40% 가량 더 저렴, 이제는 다른 식구가 되버린 크레츠테크닉과 세계시장에서 동동한 경쟁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은 “크레츠테크닉의 3차원 초음파영상진단기가 부각될 수 있었던 것은 크레츠테크닉의 탐촉자 기술에 자사의 디지털기술에 의한 이미지 향상, 3차원 영상 디스플레이 속도의 획기적인 향상 등이 얹어져 비로소 가능하게 됐다”며 크레츠테크닉과 선의의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크레츠테크닉의 3차원 초음파진단기인 ‘볼루션 730’과 버금가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중에 있다며 이른 시일내 선보인다고 귀띔했다.
“3차원 초음파진단기라는 하드웨어만 있다고 해서 영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의사들이 제품을 잘 사용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는 임상 요원의 지원도 매우 중요합니다. 메디슨은 3차원 초음파진단기와 관련, 1000여편의 임상논문 자료를 발표하는 데 기여를 하는등 많은 임상노하우가 있고 이러한 노하우는 단시일내 습득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이 회장은 “그간 크레츠테크닉 인수를 통해 메디슨 브랜드를 전세계에 널리 알리면서 3차원 관련 핵심 기술을 습득하는 것은 물론 투자 원금의 15배(1100억원)를 거둬들였다”며 “경쟁력 약화가 아닌 우리나라 기업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인수 사례로 평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