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별 CRM 현황조사>매출규모 큰 서비스업종 `CRM선구자`

  ◆전자신문사는 IT 전문 리서치기관인 KRG와 공동으로 지난 6월 한달 동안 국내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고객관계관리(CRM) 도입 현황과 문제점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 ‘국내 산업부문별 CRM 현황 조사’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번 조사는 최근 들어 산업별로 확산되고 있는 CRM의 도입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향후 바람직한 CRM 구축 방안이 무엇인지를 모색하기 위해 실시됐다. 이번 조사 결과 업종별로 CRM 구축이 확산되고 있으나 경영자의 이해 부족이나 부서간 업무협조 미비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CRM 구축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고객서비스 품질을 제고하고 고객관리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CRM 도입이 매우 절실하다는 데 대체적으로 공감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편집자◆

 

 이번 조사는 온라인(26개), 정보통신(21개), 금융(15개), 교육·관광·서비스(21개), 제조·유통·건설(17개) 분야의 총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문조사는 전화와 온라인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구체적인 현황 파악을 위해 방문조사도 함께 이뤄졌다. 구체적인 조사 항목은 CRM 시스템 구축 현황, 활용 현황, 구축 계획, 고객관리 효율화 방안 등에 관한 것이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국내 기업들의 CRM 도입 실적은 현재로서는 다소 부진한 편이지만 1∼2년 내 CRM 시스템 도입 계획을 갖고 있는 기업이 상당수에 이르러 향후 CRM 시장이 매우 유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조사 결과 전체 조사 대상 기업의 23%가 현재 CRM을 구축해 고객관리업무에 활용하고 있으며 77%의 기업은 아직 CRM을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 보면 고객과의 접점이 사업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금융·교육·관광·서비스의 CRM 구축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규모별로 보면 CRM 구축기업 21개 가운데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는 기업들이 14개를 차지, 절반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100억∼500억원(4개), 500억∼1000억원(2개) 등으로 매출액이 높은 기업일수록 CRM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RM 시스템 구축 시기를 보면 작년에 도입한 업체가 전체의 38.1%를 차지해 가장 높았으며 99년 9.52%, 2001년 28.6%인 것으로 조사돼 최근 1∼2년 사이에 국내 기업들의 CRM 도입이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 CRM을 구축하지 않은 기업들의 경우 51.35%가 올해와 내년중에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겠다고 응답해 CRM 도입이 향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도입시기를 보면 6개월 이내에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업체가 20.27%, 1년 이내에 구축하겠다는 업체들이 31.08%를 차지했다.

 내년에 CRM 도입을 완료하겠다는 업체들 가운데 상당수는 업계의 추세 및 성과를 지켜본 뒤에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보여 이들 업체의 향배가 향후 CRM 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CRM 미구축 업체들이 향후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e메일을 통한 고객관리가 37.6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데이터웨어하우스 29.22%, 데이터마이닝 22.08%, 웹로그 분석도구 21.43%, 채널관리도구 20.13% 등으로 온라인을 통한 고객관리시스템과 데이터의 수집 및 분석과 관련된 분야에 특히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기업들의 CRM 도입 동기도 매우 다양해 고객 지원강화(35.38%), 업계의 추세(33.08%), 매출증대(27.69%) 등으로 나타났다.

 CRM 시스템을 구축한 업체와 미구축한 업체가 가장 두드러진 입장 차이를 보인 부분은 CRM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가장 문제가 될 만한 영역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질문이었다. 조사대상 기업들은 경영진의 이해 부족, 성과중심 CRM 활용요구, 부서간 협조부족, 고객정보 부족 등을 CRM 시스템 구축시 어려움으로 꼽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CRM 시스템을 아직 구축하지 않은 업체들은 대부분 ‘성과중심의 CRM 활용요구’(35%)가 문제가 될 것으로 응답한 데 비해 이미 시스템을 구축한 업체들은 ‘부서간의 업무 협조 부족’이나 ‘고객정보 부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즉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에는 회사 임원들의 이해부족 등에 비중을 많이 뒀으나 정작 시스템 구축에 들어가면 고객정보 통합 및 활용에 관한 부서간 업무 협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거나 아예 고객정보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렇다면 국내 업체들은 CRM 구축 비용을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을까.구축 비용에 관해 응답한 23개 업체 가운데 9개 업체가 10억∼50억원 사이(48%)라고 응답,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CRM의 도입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사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CRM의 도입 효과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가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대다수 업체들이 CRM 도입을 주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시스템 구축후 매출액이 어느 정도 영향이 있는지에 관해 10개 업체가 응답했는데 8개 업체가 매출이 10% 이상 증가했다고 답했으며 나머지 2개 업체도 매출이 30% 이상 증가했다고 답해 CRM 도입이 매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고객들과의 접점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통계치를 제공하고 있다. 즉 통합 고객채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전화(23.12%), e메일(22.22%), 웹(21.32%), 팩스 및 레터(15.62%), 영업 및 방문(9.91%), 영업소(7.81%) 등으로 답했다. 아직까지는 전화의 비율이 매우 높지만 웹과 e메일의 비중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보고서는 향후 시장 전망과 관련해 지난해처럼 폭발적인 경쟁적 수요보다는 고객관리가 우선시되는 온라인 업체들의 eCRM 영역과 금융업체들의 시스템 구축이 주류를 이루면서 기업별로 자사의 환경에 맞는 시스템을 찾아가는 업계의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함께 ‘컨설팅 영역에 대한 비중 확대’와 ‘고객관리 채널 통합방안’ ‘고객데이터 활용과 관련한 전략수립’이 앞으로 CRM 시장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이 보고서는 예측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조사는 최근들어 국내 CRM 시장이 급신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부분 업체들이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CRM 도입을 주저하고 있거나 CRM 도입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과정에서 많은 업계 전문가들은 CRM 도입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 앞으로 CRM 도입을 검토중인 업체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CRM은 기술이 아닌 경영전략이다. 반드시 전사적인 공감대를 형성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CRM은 전략, 조직, 시스템, 활용방안이 함께 어우러져야 효과가 난다. 시스템을 설치한다는 것은 단순히 CRM의 시작이지 끝은 아니다.”

 “어떤 솔루션을 도입하느냐 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사용할 기획 또는 마케팅 담당자들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들이 전하는 이같은 현장 경험들은 다른 기업들이 CRM을 도임한다고 무턱대고 우리도 따라 하겠다는 자세보다는 전사적인 차원에서 CRM의 도입 필요성을 절감하고 회사내 전략·조직·시스템이 함께 결합돼야 효율적인 CRM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한편 CRM시스템 구축시 업체 선정기준에 대해서는 컨설팅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91개 업체 가운데 62.6%가 컨설팅을 업체 선정기준의 1위로 꼽았으며 1, 2위까지 포함하면 전체 응답자의 88%나 차지해 컨설팅 역량에 대해 높은 가중치를 두고 있다.

 이같은 결과는 CRM시스템이 실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고객관리 프로세스 정립이나 방법론 등이 사전에 마련돼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객관리 연륜이 오래되고 방법론이 체계화돼 있는 외국에 비해 국내 기업들은 아직 고객관리에 대한 전사적인 프로세스가 없기 때문에 컨설팅에 대해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으로는 동종업계 레퍼런스 보유여부가 업체 선정기준으로 꼽혔다. 전체 응답자의 21.9%, 30.5%가 레퍼런스 보유여부를 각각 1, 2위로 꼽았으며 구축업체의 규모를 세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털 솔루션 제공 가능 여부나 제휴업체 등은 낮은 4, 5위를 차지했다.

 효과적인 고객관리 방안에 대해서는 무려 58% 가량이 부서간 정례미팅이라고 대답해 부서간 협조가 CRM 성공을 위한 중요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전문인력 확보라는 대답이 24.5%로 뒤를 이었으며 지속적인 전략 컨설팅에 대한 필요성도 높게 나타났다.

 효과적인 고객관리를 위한 우선 부분에서는 고객평가/세분화/전략수립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68%가 고객평가/전략수립을 1위로 간주하고 있으며 부서간 협력과 고객채널 통합도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반해 시스템 구축은 5위라고 대답한 기업이 가장 많아 CRM에서 시스템 구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RM시스템 구축을 위한 지원기반으로는 전자상거래(EC)가 39.25%로 가장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ERP·KMS가 20%대로 2위 그룹을, SCM이 12%로 4위를 차지했다. EC라는 대답이 가장 많은 것은 최근들어 eCRM이 부상하면서 웹사이트나 상거래 시스템을 통한 고객관리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RM 구축업체의 추진팀 구성에 대해서는 마케팅과 전산부서가 각각 32%로 참여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기획과 고객만족부서 등은 각각 18%, 13%를 차지했다. 특히 고객만족부서의 경우 고객관리의 핵심 부서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CRM 구축 시점에서는 참여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끈다.

 시스템 구축시 주도부서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5.6%가 CRM전담팀을 두거나 둘 예정이라고 답했으며 마케팅부서와 기획관리부서가 그 다음을 차지했다. 전산기획부서는 가장 낮은 14.8%를 차지해 CRM 분야에서는 전산부서의 주도권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시스템 구축시 HW, SW, 컨설팅 비중에 대해서는 대체로 각각 30% 이하로 대등한 가중치를 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조인혜기자 i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