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당초 예상대로 영업이익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증시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20일 발표한 실적에 대해 대체로 예상됐던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는 반응이다. 따라서 실적 발표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며 당분간은 시장상황에 따라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며 지루한 주가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2분기 이익의 구성과 질, 그리고 무엇보다 3분기 이후의 실적 전망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 시장가격이 생산원가 이하로 추락한 64MD램과 128MD램 등 싱크D램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희망을 걸었던 램버스D램, 시스템LSI 등의 분야에서도 실적악화가 심화됐으며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3분기에 반도체부문의 적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영업이익의 감소다. 2분기 매출액은 8조원을 기록, 전분기 8조6000억원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영업이익은 전분기 1조6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급전직하했다. 민후식 한국투자신탁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 세전 순이익은 9500억원, 세후 순이익도 88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이는 삼성카드 등 지분법 평가이익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영업부문과는 달리 일시적으로 발생한 이익이어서 주가상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월별 실적 집계는 없지만 6월에는 싱크D램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으
로 판단된다”며 “7월에도 D램 가격하락이 진행중이라는 점은 3분기중에도 반도체부문에서 영업이익률 하락의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주요 반도체업체들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흑자기조를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갖춘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또 반도체부문의 격감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과 생활가전부문에서 매출액이 1분기보다 각각 22%와 15% 증가함으로써 다양한 제품군을 갖춘 세계 초일류 기업임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줬다는 평가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기업설명회(IR)에서 경쟁업체가 반도체 생산을 줄인다는 것을 전제로 감산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향후 가능성에 대한 개연성을 열어둔 것일 뿐 삼성전자가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라도 감산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하반기에 도래하는 회사채 등 차입금 1조9000억원에 대한 상환계획도 밝혔다. 당초에는 이익을 통해 갚아나갈 계획이었지만 영업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 일부는 회사채를 다시 발행할 수도 있으며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통해 조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상증자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못박았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투자규모에 대해선 1조원 가량 추가로 줄여 5조1000억원대로 낮춘다고 덧붙였다. 이는 반도체 업황이 매우 좋지 않음을 반영한 것으로, 전날 하이닉스반도체의 투자축소와 맞물려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업황에 충격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올초 시설투자비로 7조3000억원을 계획한 바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