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경기악화로 고성능 PC를 원하는 구매심리가 위축되면서 올해 PC용 CPU 시장이 15%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PDA·영상이동통신·인터넷 단말기·디지털TV 등 차세대 정보기기의 확산으로 임베디드(내장)되거나 각종 시스템에 통합(SoC)된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이 오는 2004년까지 연간 20% 이상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PC 분야의 위세를 내세워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을 독점해온 인텔에 대응하는 국내외 후발업체들의 시장 참여가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계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일본 히타치는 최근 미국에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업체 ‘슈퍼H’를 합작, 설립했다. 양사는 이를 통해 차세대 디지털가전에 적용할 수 있는 64비트 명령축약형컴퓨팅(RISC) 방식의 CPU ‘SH’를 생산하는 한편 핵심기술의 라이선스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인텔에 밀려 PC용 CPU사업을 중단한 모토로라는 최근 내놓은 휴대기기용 프로세서 ‘드래건볼’로 PDA용 칩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파워PC’ ‘C-5’ ‘스타코어’ 등 자체 보유하고 있는 프로세서 코어를 활용해 각종 시스템온칩(SoC)을 개발, 임베디드 프로세서 시장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동안 독자적인 프로세서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자체 시스템에만 탑재한 미쓰비시·도시바·마쓰시타 등 일본 전자업체들도 앞으로는 자체 코어를 상용화키로 하고 프로세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대기업과 중소 시스템 반도체업체들도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시스템 설계 및 반도체 공정기술을 결합, 차세대 SoC를 개발해 틈새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독자기술인 ‘캄 리스크’와 ‘ARM’ 코어를 병행해 PDA·IMT2000 단말기·디지털TV·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무선랜 등 차세대 디지털 정보기기용 SoC 개발에 집중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알파칩 생산을 통해 쌓은 프로세서 공정기술과 방대한 시스템기술이 있는 만큼 향후 SoC 형태로 전개될 프로세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대표 박종섭)는 그동안 개발해온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코어에 메모리 반도체 기술과 자바칩 공정 경험을 접목, 메모리와 로직을 통합한 MDL 제품, 플래시 임베디드 MCU 등 차세대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이밖에도 EISC 방식의 16비트, 32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코어를 개발한 에이디칩스(대표 권기홍)와 DSP 코어를 개발한 자람테크놀러지(대표 이현)는 해외 업체에 로열티를 받고 기술 수출에 나섰으며 16비트 범용 MCU를 개발한 인피니어마이크로시스템스(대표 임금성)도 중국 TCL·신코 등과 제품 공급계약을 맺는 등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