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들의 경영형태가 변하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은 최근 경영의 최우선 목표는 빠른 경영에 있다고 판단, 사내 업무 간소화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통신시장 구조조정, 경기침체 등 통신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어 그에 따른 발빠른 대응만이 생존의 지름길로 여겨지기 때문.
한국통신은 23일 현행 105개에 이르는 사규를 37개로 대폭 줄였다. 종전의 ‘규정이나 조직지향적’인 사규가 아닌 ‘민영화에 맞는 창조적 자유지향적’ 사규로 바꾸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복잡한 사규로 인해 업무능률 저하와 ‘규정 때문에 안된다’는 피동적 업무 태도를 개선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다. 그간 한통은 인사·조달·재무·기술 등 대부분의 업무가 회사규정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통은 이런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대규모 사규개혁 작업을 전사적으로 추진해, 105개에 달하는 사규를 37개로 무려 65%나 축소했다. 형식적인 규제체제를 없애는 대신 중앙부서의 권한을 하부구조로 대폭 이양시킨 것이 특징이다. 이른바 관료체제에서 민간기업형 관리체제로 바뀐 셈이다. 부서 중심 규정체계에서 사업중심 일원적 규정체계로 바꿨고 부서간의 자연스러운 업무 연계를 강화했다.
SK텔레콤도 지난해 12월 표문수 사장 취임을 계기로 내부 조직을 대폭 바꿨다.
‘스피드, 유연성, 탤런트’를 자사 3대 사업역량 강화의 핵심으로 규정, 이러한 기업문화 특징에 맞도록 사업부문을 정리했다.
복잡했던 사업부문이 전략지원부문, 마케팅사업부문, 네트워크사업부문, 무선인터넷사업부문 네 단계로 구분됐다. 해당 사업부문에서는 시장 환경변화에 대비해 빠르고 전문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내부 지침을 마련했다. 특히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무선인터넷서비스에 대비해 팀단위를 부문단위로 확대했다. 스피드와 전문성을 가미한 조직개편이다.
KTF도 5월 통합을 전후해 5실 12본부 2연구소 체제로 조직을 바꿨다. 본사조직을 슬림화하고 현장 및 지역사업본부를 강화했다. 본부가 일일이 지시하지 않고 현장 영업조직에서 시시각각 벌어지는 상황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역본부 역량을 확대했다.
반면 해외 이동통신시장 진출을 위해 해외사업본부를 사장직속부서로 승격시켰고 연구부서를 2개로 늘려 미래 기술 개발에 전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했다. 결제라인은 줄이되 핵심 부서는 사장직속으로 편제해 권한을 강화했다고 볼 수 있다.
데이콤도 지난 4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 160여개에 이르던 사업부서를 110개로 줄였다. 임원도 30여명에서 20여명으로, 직원도 3000여명에서 2000여명으로 정리했다.
데이콤의 이같은 변신은 수익성 있는 회사로 재편하자는 것. 여기에 결재라인도 최대 3단계를 넘지 않도록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이 과정에서 각 부서 팀장의 전결권한이 대폭 강화됐다.
이같은 움직임은 크게 확산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담당자의 빠른 판단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해당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실무담당자의 전결권한이 강화되는 이유속에는 경제불황을 뛰어넘으려는 경영주의 지혜가 숨어 있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