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줌인>KTB 퓨처스 서순애

‘비비자(Bibiza)’라는 독특한 아이디를 사용하는 KTB 퓨처스 서순애(22)는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통하는 선수다.

 프로게이머들이 가장 신경이 곤두설 때는 매주 경기를 마칠 무렵. 10분 정도의 경기 시간에 불과하지만 상대의 전술에 따라 발빠른 대응을 해야하기 때문에 경기를 마치고 나면 승리한 선수는 승리한 대로 패한 선수는 패한 대로 기력이 소진되고 만다. 하지만 이런 예민한 시간에도 서순애는 긴장된 분위기를 급반전시켜주는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선수가 바로 서순애다.

 특히 경기시작 전 승리를 위해 같은 팀 소속 선수들의 어깨에 손을 얹고 걸어주는 ‘서순애 주문’은 이미 프로게임계에서 정평이 나있을 정도다. 이와 함께 상대팀 선수에게는 ‘서순애의 저주’를 내려 상대를 곤욕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자칫 경기 전 선수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는 이런 행동에도 불구하고 서순애의 진심을 알고 있는 다른 선수들은 웃음으로 인사하며 경기에 임하곤 한다.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서순애가 대전을 시작하면 동료 프로게이머들의 엄청난 지원이 쏟아진다. 경기장 곳곳에서 서 선수의 아이디인 ‘비비자’를 외쳐대는 동료 프로게이머들의 성원은 일반 관람객을 놀라게 할 정도다.

 이처럼 외향적이고 소탈한 성격을 지닌 그녀지만 경기에 임해서는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차분한 모습을 보이 것이 서순애의 장점이다.

 박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KTB 퓨처스 스타크래프트 여성부를 이끌고 있는 서순애는 이번 시즌에서 게임아이 스틱스에 이어 팀을 2위로 끌어 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더욱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특히 남성부에서나 볼 수 있는 저그의 파괴력 높은 공격력을 자랑하는 서순애의 경기 스타일은 가히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또 서순애는 경기장에까지 책을 들고 다닐 정도로 독서량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그녀는 평소 많이 읽던 소설류를 저버리고 최근에는 게임산업에 대한 각종 보고서를 포함해 게임제작 전반에 관한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순애는 “그동안 게임산업이 프로게이머들이 자리잡을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줬다면 이제는 프로게이머가 게임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돼야 하는 시기”라며 “프로게임리그를 통해 배운 실전 경험을 게임개발 및 평가 등에 응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