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중년 게이머`가 늘고있다

‘게임이 10대들의 전유물이라구?’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곽동근씨(42)는 총무처 소속의 교도관이란 직업 이외에 게임 동호회 ‘BGM’ 클랜의 회장이라는 직책을 하나 더 갖고 있다. ‘BGM’ 클랜이란 PC게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동호인들이 결성한 일종의 커뮤니티로 구성원끼리 각종 대회에 참가하고 게임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친목모임이다.

 낮에는 미결수들을 호송하는 엄중한 업무를 수행하는 중년의 사나이인 곽씨는 밤이 되면 ‘에이지’ 게임의 네트워크 대전을 펼칠 수 있는 MSN사이트를 호령하는 전사로 변신한다.

 불혹을 넘긴 곽동근씨가 게임을 시작한 것은 지난 98년. 전국에 PC방 열풍이 몰아칠 무렵, 곽씨는 PC방이라는 곳이 과연 무엇을 하는 곳인지 궁금해 집 근처 PC방을 우연히 들린 것이 계기가 돼 게임을 시작하게 됐다.

 곽씨는 그 곳에서 처음 접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에 이내 매료됐고 게임을 단순히 즐기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에이지’ 동호인들을 모아 ‘BGM’이란 길드까지 구성했다.

 고된 일과가 끝난 후 집에 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클랜 홈페이지(http://www.bgmage.pe.kr)를 방문하는 것이라고 하는 곽씨는 “게임은 더이상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말을 유달리 강조했다.

 이처럼 10대들의 대표적 여가문화로 출발한 게임문화가 이제는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지털 시대의 대표적 엔터테인먼트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게임 길드, 클랜 등이 하루에도 수백개씩 새롭게 들어설 정도다. 특히 스타크래프트 열풍과 함께 10대들이 주로 활약하던 길드 무대도 이제는 40대들이 빼어난 게임 매너를 한 수 가르치며 새로운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있다.

 곽씨가 리더로 활약하고 있는 ‘BGM(do your Best on the Game, Members)’ 에도 20대 이상의 멤버들이 20%를 넘어설 정도로 구세대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물론 게임실력에서는 10대들의 빼어난 손놀림을 따라가기 어렵지만 게임 매너나 오프라인 만남을 주도하는 것은 당연히 큰 형님들의 몫. 곽씨는 두달에 한번 이상 오프라인에서 만남을 주선해 게임이 세대 간의 벽을 뛰어넘는 여가 문화임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게임을 좋아하는 20∼40대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386 이상의 세대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길드까지 생겨나고 있다. 일명 ‘NT(노땅)’ 클랜으로 알려진 ‘에이지’ 게임 모임의 참가 자격은 만 25세 이상.

 40대 아버지가 자식들과 벽을 허물고 통하는 데에도 게임이 활용되고 있다. 전주에서 치과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강석인씨(40)는 초등학생 두 아들과 ‘삼국지천명2’라는 국산 전략게임을 즐기며 ‘따뜻한 부정’을 나누고 있다. 특히 강씨는 아이들과 함께 가입한 ‘삼국지천명’의 대표적 소모임인 ‘볼트’ 길드에서도 ‘참모’로 활약하고 있을 정도로 게임에 빠져들었다.

 이처럼 컴퓨터에 익숙하지 못한 중년들이 게임을 쉽게 즐길 수 있게 된 데는 일명 길드, 클랜이라고 부르는 게임 동호회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들은 게임 동호회를 통해 게임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젊은이들과 함게 호흡하며 생활의 활기까지 얻어 가고 있다.

 BGM 길드의 곽동근씨는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는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던 아내도 이제는 함께 게임을 즐길 정도로 게임에 빠져들고 있다”며 “게임은 화투 등에 찌든 30∼40대들에게 새로운 놀이문화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