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 Music]`친구` 안방行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면서 한국 영화사를 다시 쓰게 한 ‘친구’가 최근 극장 상영을 끝내고 다음달 1일 비디오 시장 공략에 나선다.

 지난 3월 개봉한 ‘친구’는 영화가 상영된 112일간 서울 266만명, 전국 81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밖에 △최단기간 전국관객 600만명 돌파(38일) △최단기간 제작비 회수(2일) △일본 최다 수출가(210만달러) 등 좀처럼 깨지기 힘든 숱한 ‘불멸의 기록’들을 남겼다.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비디오업계는 ‘친구’의 흥행돌풍이 비디오까지 이어지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영화에서 히트한 작품은 비디오시장에서도 그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디오시장은 영화시장과는 또 다른 메커니즘으로 움직이고 있어 쉽게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지금까지 국산영화로 가장 많이 팔려 나간 작품은 지난 99년 출시된 ‘쉬리’로 10만5000개의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영화 관객 동원 수에서 ‘쉬리’를 앞질렀던 ‘공동경비구역 JSA’는 지난 2월 비디오로 출시되면서 ‘쉬리’의 기록에 도전했지만 아쉽게도 비디오시장에서 만큼은 ‘쉬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는 남북분단이라는 동일한 소재를 놓고 서로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감으로써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쉬리’에서는 냉전의 이데올로기가 그대로 살아있으면서 그 안에 희생당하는 순수한 사랑을 그려냈다면 ‘공동경비구역 JSA’는 냉전의 이데올로기가 하나의 민족임을 느낀 남북한 병사들의 우정으로 인해 허물어져 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친구’는 이미 남북분단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초월하고 있다. 부산이라는 지역색이 강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사나이들의 우정과 배신이 핵심 줄거리다. 거기에는 부산이 갖고 있는 사나이들의 억센 기질과 진솔함이 깔려 있고 아련한 향수가 있다.

 부산 사나이들은 이미 영화시장에서 남북분단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두 영화를 모두 이겨냈다. 그러나 비디오업계 관계자들은 ‘친구’의 도전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여름 극장가에서 헐리우드의 흥행 대작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전국적으로 800만명 넘게 ‘친구’를 봤기 때문에 비디오로 친구를 보는 사람이 적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친구’의 판매를 맡은 엔터원(대표 이제명·이규동)은 ‘쉬리’를 뛰어 넘는 15만개 판매를 자신하고 있다.

 친구가 중년층 이상의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인 만큼 극장에 쉽게 갈 수 없었던 중년층이 비디오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논리다.

 또 영화를 주로 보는 층과 비디오를 보는 층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엔터원은 부산의 모 고등학교에서 전국 영업사원들을 모아 놓고 판촉회의를 벌이는 등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어 ‘친구’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는 ‘쉬리’가 이번에도 1위를 고수할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