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완의 애니월드>(16)일본의 애니메이션 캐릭터 비즈니스

국내 애니메이션업계가 불황이듯 일본 또한 업계 전반이 불황이다. 그래서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국내 제작사에 공동투자 제안을 많이 하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투자 제안은 국내 제작사들에 좋은 사례를 제공해 준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제작비 투자를 폭넓게 확보하기 위해 수익모델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대개 애니메이션 방영 이후 발생할 캐릭터 비즈니스에 대해 구체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세일러문’으로 유명한 반다이사는 이 작품의 방영시 끊임없는 캐릭터 비즈니스의 창출로 성공 신화를 일구어낸다. 초기 1부 ‘세일러문’에서 5명에 불과하던 세일러 전사들은 이후 5부에 이르러서는 10여명을 넘어선다. 1회 변신에 그치던 캐릭터들도 2회 변신까지 서슴지 않는다. 무기로 사용하는 액세사리도 2, 3개에서 많을 때는 10여개를 넘어선다.

 TV에서 새로운 무기가 방영되면, 대개 1, 2주일 내 문방구와 완구점에 그 무기가 완구로 등장한다. 세일러문을 닮고 싶은 학생들은 여러 개의 세일러문 인형을 사게 되고, 각 인형에 딸린 변신 의상과 무기들을 구입하게 된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방영률과 작품의 질적 우위보다는 캐릭터 비즈니스의 현실적인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 수익모델에 대한 확고한 믿음만이 제작비 투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가 최근 일본에서 다시 등장했다. ‘베이 블레이드’라는 우리나라 팽이와 같은 놀이기구가 일본전역에서 높은 판매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팽이가 아니다. 기본 놀이방식만 팽이치기와 같을 뿐, 여러 가지 경기방식을 개발, 디지털식 어린이들에게 아날로그식 팽이가 흥미를 줄 수 있도록 개발한 사례다.

 지난 99년 7월 이후 약 400만개가 넘게 팔리면서, 본격적인 판매 급등의 일로를 보여주고 있는 이 놀이기구는 실제 한 TV시리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고 있는 캐릭터 상품이다.

 ‘베이 블레이드’가 등장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은 현재 일본 TV도쿄와 6개 계열 네트워크사의 채널을 통해 매주 방영되고 있는 ‘탑 블레이드’다. 이 작품은 국내 완구회사인 손오공과 일본 미쓰비시 계열사 ‘D-right’가 60억원을 투자해 제작한 한일 공동투자 작품이다. 세계 제일의 팽이 싸움꾼을 꿈꾸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4명의 소년들의 사랑과 용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 주목해야 될 점은 그동안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상대적으로 등한시됐던 캐릭터 비즈니스에 적극적이란 점이다. 기획단계에서부터 주요 타깃 소비자층의 기호와 또래문화를 파악, 놀이기구로서의 시장조사를 충분히 시도했고 수익모델의 철저한 분석을 통해 한일간 공동투자를 만들어 냈다.

 만약 국내에서도 일본에서처럼 ‘베이 브레이드’가 캐릭터로 성공을 거둔다면 애니메이션 ‘탑 블레이드’가 개척한 하나의 성공모델이 될 것이다. 특히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인 ‘탑 블레이드’가 성공모델로 자리잡는다면 새로운 투자가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이어질 분위기 조성에 일조하게 될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분명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사업이다. 고수익을 위해선 캐릭터 비즈니스를 포함한 부가가치에 눈을 돌려야 한다. 기획단계부터 캐릭터 비즈니스를 철저하게 기획한 작품이 주목받는 이유다.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