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는 책과 음반, 컴퓨터 등의 상품을 판매하는 차원을 넘어 금융과 의료·보건, 여행 등 서비스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여행산업은 최근 인터넷 비즈니스 접목이 가장 활발한 분야로 꼽힌다.
또 지금까지 주로 PC를 매개로 이루어지던 전자상거래(e커머스)가 양방향 TV(T커머스)와 휴대폰(m커머스)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 3개 유통 채널을 하나로 어우르는 통합(hybrid) 전자상거래(h커머스)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컨설팅 회사 가트너(http://www.gartner.com)와 공동 기획하는 ‘EC커런트’ 이번 주 주제도 통합 전자상거래(h커머스)를 골랐다. 특히 인터넷 사용인구(1500만명) 등 정보통신 사용환경이 우리와 비슷한 영국 온라인 여행분야를 중심으로 h커머스 도입의 필요성과 성공전략 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
지금까지는 주로 PC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PC보다 양방향 TV나 휴대폰을 사용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인구가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유럽의 경우에는 앞으로 3년 안에 PC보다 양방향 TV나 휴대폰을 통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구가 더 많아질 전망이다. 그림1
이러한 플랫폼들은 각각 또 하나의 새로운 전자상거래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PC나 TV, 휴대폰을 막론하고 어느 한가지 플랫폼만으로 전자상거래를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휴가와 같이 복잡하며 정서적 측면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행상품의 구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구매자들은 여행상품을 구매하기 전에 여러 개의 채널을 거친다. 이 때 통합 서비스는 각 채널이 갖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림으로써 편의성과 가치를 높여줄 것이다.
흔히 ‘h커머스’라고 부르는 통합 전자상거래는 이를 구성하고 있는 PC와 TV, 휴대폰 등 3개 채널을 모두 합한 것 이상의 상승(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3개 채널들은 각각 고객을 상대로 경쟁하는 대신 의사 결정 및 구매 과정에서 고객수요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상호 협력한다.
먼저 PC는 상품 및 가격을 조사 또는 비교하는 데 적합하다. 두 번째로 양방향 TV는 감정적 측면에 대한 호소력이 크다. 이 점은 아이디어를 판매하고 특정 여행지나 여행 유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휴대폰은 여행중인 사람들이 언제, 어느 곳에서나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통신장비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휴대폰은 느린 응답 시간과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이 까다롭고 작은 스크린 등의 단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처럼 PC와 양방향 TV, 휴대폰은 그 특성상 온라인 여행상품 구매 과정에서도 각기 다른 단계에 적합하다.
먼저 친구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경우를 보면 여행상품을 구매하는 과정도 단순하다. 여행중의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만 비교한 뒤 여행상품을 예약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PC를 사용하는 것이 제격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짧은 휴식을 위한 여행상품 구매도 충동적인 구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낯익은 목적지로 여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객은 쇼핑 과정에서 다른 여행상품과 가격 등을 꼼꼼하게 비교하지 않는다. 이 때에는 여행하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TV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진다.
또 여행중에 많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업무상 여행자는 이동 전화가 제격일 것이다. 이 밖에도 주로 패키지 상품을 선호하는 휴가 여행객들에게는 잘 짜여진 여행 계획 등을 제안하면 환영받을 것이다. 이 경우 대화식 TV가 이러한 기능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 또 패키지 여행객은 한 곳에 오래 머물고, 또 지원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휴양지에 있는 담당 직원에게 문의할 수 있으므로 여행중에 특별한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아주 기본적인 여행을 제외하면 PC나 양방향 TV, 휴대폰 등 세 가지 플랫폼 중 어느 것도 특정 상품구매 과정 모든 단계에 이상적인 역할을 수행하지는 못한다.
통합 서비스는 각기 다른 플랫폼이 갖고 있는 장점들과 콜센터와 같은 오프라인 채널을 결합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먼저 여행사는 최초의 관심 유발(대화식 TV광고)에서 상품 비교(PC 이용) 및 판매 완료(전화 사용)에 이르기까지의 복잡한 구매 과정에서 잠재 고객들을 리드할 수 있다. 심지어는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여행 중에 고객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이동 전화를 통해 정보 및 서비스를 제공함).
한쪽 플랫폼의 장점이 다른 플랫폼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일례로 PC를 사용해 휴대폰 지원 서비스를 구성하고 서비스를 개인화함으로써 여행자의 문자 입력 필요 횟수를 최소화하고 검색할 메뉴 수를 줄일 수 있다.
이처럼 통합 서비스가 여행자와 여행사 모두에게 부가적 가치를 창출해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먼저 고객 입장에서 짧은 여행기간 중 시간활용을 최대화하는 점을 들 수 있다. 짧은 휴식이나 여러 방문지를 경유하는 여행에서 고객들은 낯선 지역에서 매우 바쁜 일정을 보내게 된다. 이 때 여행사는 고객이 여행하는 동안 휴대폰을 이용해 현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벤트나 가이드 투어 등의 예약을 편리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여행 계획을 변경하는 것도 ‘원클릭’으로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고객은 일단 여행 일정이 예약되면 PC와 TV, 휴대폰 등 3개 채널 모두를 통해 수시로 연락을 취할 수 있다. 고객은 또 여행 중에 항공편을 놓쳐도 업무 시간중에 문제가 생겼다면 여행사 콜센터를 통해 다시 예약할 수 있고, 만약 업무 시간 이후라면 웹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사 입장에서도 통합 서비스는 여행 아이디어 제공에서 실제 판매에 이르는 전천후 마케팅 활동을 수행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행사들은 우선 대화식 TV를 통해 고객들에게 자세한 정보가 담긴 전자우편을 보내 여행 상품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다. 전자우편은 웹사이트에 링크시켜 고객이 다른 특정 상품과 비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트너는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통합 전자상거래(h커머스)가 곧 온라인 여행분야의 황금어장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트너는 우선 오는 2003년 영국의 PC와 휴대폰 보급률(성인 기준)이 각각 68%와 58%에 달하는 상황에서 업무상 출장을 가는 영국 여행객들중에 PC와 휴대폰으로 여행상품을 구입하는 비율은 각각 17%와 11%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PC와 휴대폰을 통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비율이 무려 40%까지 치솟을 것으로 분석됐다.
또 패키지 여행 시장을 보면 오는 2003년 PC와 휴대폰으로 여행상품을 예약하는 비율만도 각각 20%, 14%를 기록할 전망이다. 또 PC와 휴대폰을 통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그 비중은 다시 25%까지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가트너는 통합 전자상거래(h커머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여행사 중장기 경영 전략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h커머스를 구축하면 마케팅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여준다.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고객을 선도하는 간편한 서비스로 보다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h커머스 시스템은 모방이 힘든 특징이 있다. 여행사업에 신규 진출한 업체의 경우 웹사이트 정도는 쉽게 구축할 수 있지만, 온오프라인 콜센터와 소매 점포를 하나로 묶는 여행사와 대등하게 경쟁하기는 어렵다.
h커머스는 또 온오프라인 채널간 충돌도 줄여준다. 하나의 채널에서 다른 채널로 잠재 고객을 안내함으로써 여행사는 채널간 소모적인 상품 판매 경쟁을 줄일 수 있다. 웹을 통해 상품을 충분히 검토한 고객들은 전화상으로 잠깐동안이면 상품을 구매할 것이고 판매 성사 확률도 높다. 또 양방향 TV도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판매를 유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통합 전자상거래(h커머스)를 구축하는 것은 쉬운 과제가 아니다. 우선 최첨단 IT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에만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또 각종 여행상품 및 고객관련 정보를 저장해 놓고 이를 PC와 TV, 휴대폰 등의 채널을 통해 계속 전달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트너가 권하는 h커머스 성공전략을 소개한다.
1. 여행계획을 세우는 아이디어 제공에서 최종 판매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고객 유치 지원을 위한 채널들을 활성화시켜라.
2. 채널의 효율성을 평가할 때 매출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각 채널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서비스를 설계하고, 결과를 평가할 때에는 모든 채널을 통한 전체적인 매출 실적 개선 수준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3. 고객이 여행상품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양방향 TV를 적극 활용하라. 특히 고객의 정서적 측면을 자극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가능하면 고객들을 여행 안내 사이트로 유도하라.
4. 이동 전화의 경우 판매보다는 고객 서비스에 활용하라. 수익은 상품에 만족한 고객들이 반복구매를 하거나 이미 예약한 여행상품에 추가 상품을 구매할 때 발생한다.
5. 복합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는 충분한 컴퓨팅 능력이 필수적이다. 여행사 운영 및 마케팅 관련 자료를 완벽하게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는 백-엔드(back-end) 컴퓨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