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드디어 ‘친구’가 비디오로 우리곁에 다가온다.
뿐만이 아니다. 소름끼치는 공포물과 웃음을 자아내는 코미디물 그리고 야한 에로물 등이 안방팬을 찾아 나선다.
비디오마니아에게 8월만큼 좋을 달이 있을까. 답은 ‘없다’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은 천차만별의 작품이 마니아는 물론이거니와 평소 비디오에 관심없던 사람에게까지도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유오성과 장동건이 주연한 ‘친구’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화제작. 영화를 못본 사람이라면 눈 딱 감고 감상하면 된다. 그러나 대여가 가능할지 미지수다. 대여시장에선 이달 중순부터 ‘언제 비디오로 나오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치면서 대여사상 최초로 비디오대여 사전예약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을 정도다.
찜통더위를 잊게 할 호러물은 이달에 추천할 대표작의 하나.
독일영화 ‘아나토미’는 서늘하다 못해 섬뜩하다. 유명한 해부학 교수 였던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의학자가 되려던 의대생 파울라는 하이델베르크의대에서 발생한 의문사를 추적한다.
경건한 의과대학의 연구실을 잔혹하고 탐욕스런 아집의 현장으로 바꿔놓은 이 작품은 인간의 광기속에 숨겨둔 밑바닥 두려움을 끄집어내며 가히 수준급 공포를 자아낸다.
뭐니뭐니 해도 더위를 쫓는 데 적합한 장르는 액션물.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15분’은 연쇄살인범과 콤비 형사의 싸움을 그린 독특한 액션스릴러물이다.
뉴욕의 강력계 형사 에디는 술과 고독에 빠져 지낼 만큼 외롭다. 하지만 동물적인 감각으로 법망을 농락하는 사이코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자로 잰듯한 수사를 펼쳐가는데….
선정적인 것만을 쫓는 미국 언론과 미국식 자본주의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15분’은 반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마돈나의 남편인 가이 리치 감독이 연출하고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스내치’는 코믹요소가 가미된 독특한 액션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보석가게에 떼강도가 든다. 왕초격인 프랭키는 다이아몬드를 훔쳤으나 뉴욕의 보스에게 보석을 넘겨주기로 한 약속을 어기게 되고 이 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가을의 전설’의 느끼한 귀공자풍을 벗어던지고 사이코킬러로 되돌아간 브래드 피트의 모습에서 신선함과 배우근성이 물씬 묻어난다.
여름방학을 만끽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도 풍성하다. ‘프린스 앤 프린세스’와 ‘런딤’은 이미 성인도 기대할 만큼 뛰어난 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춘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런딤’은 완전 3D영화로 국산 애니메이션의 대표적인 해외진출 성공사례로 꼽히는 작품.
2050년 미래를 배경으로 오존층이 파괴되면서 남극이 녹아 일본의 주요 도시가 바다밑으로 가라앉는다. 이 틈을 타 일본내에서 군국주의 세력이 득세하고 로봇조종사인 한국과 일본의 소년·소녀들이 손잡고 이들 세력과 맞서 싸운다.
세계 최초의 그림자(실루엣) 애니메이션인 ‘프린스 앤 프린세스’는 종이를 오려 형태를 만들고 거기에 빛을 비춰 한 장면씩 찍어냈으면서도 머리카락 한 올까지 실제처럼 찍어낸 수작.
‘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101개의 다이아몬드를 찾는 왕자’ ‘이집트 여왕에게 무화과 열매를 바치는 소년’ 등 총 6편의 에피소드는 상상력과 흥미로운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감독 미셸 오슬로는 아프리카 꼬마 영웅담을 원색의 토속색감으로 빚어낸 ‘키리쿠와 마녀’로 우리에게 익숙한 프랑스 애니메이션 작가다.
액션과 블록버스터에 물린 마니아는 드라마나 에로물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다.
여성의 시각으로 남성의 바람기를 분석한 ‘썸원 라이크 유’는 정신분석학적이 아닌 동물학적 접근론으로 다루고 있어 재미가 배가된다. 방송국 직원인 제인은 새로 들어온 PD 레이와 사랑에 빠지지만 이내 채이고 만다. 제인은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하는데…. 결론은 수소처럼 ‘한번 교미한 암컷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자칫 지저분하고 유치하게 느껴질 소재를 상큼하고 발랄한 유머로 이끌어간다.
‘라벤다’는 국내에서 첫 선보인 향기나는 영화로 관심을 끌었던 작품.향 전문점을 운영하는 아데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동화 같은 내용이지만 컬러로 빚어낸 영상과 아름다운 선율이 라벤더 향기처럼 촉촉하게 젖어든다. 장만위와 리밍이 주연한 ‘소살리토’는 이혼 경력이 있는 택시운전사와 일 중독증에 걸린 천재 컴퓨터프로그래머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유웨이장 연출 작품.
에로물 가운데는 ‘베로니카의 사랑의 전설’이 눈에 띈다.
가난한 평민의 딸 베로니카는 귀족청년 마르코를 사랑하고 그를 차지하기 위해 창녀가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창녀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우리 영화로는 방성웅 감독의 ‘교도소 월드컵’이 코미디 장르로 팬들을 찾아 나선다.
원주교도소에 유엔인권위원회가 주최하는 ‘제1회 교도소월드컵’ 소식이 알려지면서 재소자들의 축구팀이 창설되는데…. 이 작품은 영화적 리얼리티가 가끔 무시되지만 명랑만화 같은 코미디로 웃음을 선사해준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