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급락과 경기악화로 최악의 침체기를 맞고 있는 국내 반도체 관련업체들이 내주부터 본격적으로 여름철 휴가에 들어간다.
그러나 올 여름 휴가를 맞는 반도체업체 임직원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예년같으면 연중무휴 3교대씩 빠듯하게 돌아가는 생산라인 때문에 순번을 정해 틈틈히 쉬어야 했지만 올해는 가동률 저하로 원치않는 집단휴가까지 가게 된 것.
지난 4월부터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들어간 수탁생산(파운드리) 전문업체 동부전자는 오는 30일부터 1주일간 전체 670여 임직원의 80% 이상이 집단 휴가를 떠난다.
아직까지 전체 라인을 풀가동할 만큼 파운드리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동부전자로서는 필요한 최소인력만 남기고 그룹 타 계열사의 일정에 맞춰 휴가를 쓰기로 했다.
최근 가동률이 급감한 아남반도체는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등의 주 고객에 공급할 물량 때문에 생산직은 교대로 휴가를 가기로 한 반면, 사무직들은 업무효율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다음달 1일부터 나흘 동안 단체로 휴가를 가기로 했다.
하지만 많은 수의 생산직 직원들도 가동률이 높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번 단체휴가 기간을 이용해 휴가를 사용해도 별 무리가 없다고 보고 이 기간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근 감산을 결정한 하이닉스반도체 임직원들은 휴가를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상황. 미국 유진 공장에 이어 국내 일부 생산라인에서 집단휴가 형태로 추가 감산설이 나돌면서 임직원들이 모두 회사의 결정에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일부 임시직원들은 휴가를 끝으로 회사를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휴가소리만 나와도 노심초사하고 있지만 결국은 원치않는 휴가를 가야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업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으면서 올여름 휴가는 재충전을 위한 휴식이 아니라 생산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면서 “휴가가 끝난 뒤 다시 생산라인이 활기를 띨 수 있을지도 난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