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카드의 성능은 3차원(3D) 가속 성능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픽카드의 역할이 단순히 이미지 데이터를 모니터에 나타나게 하는 것에서부터 게임처럼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즘에는 동영상 재생능력이 그래픽카드의 선택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DVD롬 드라이브를 기본으로 채용한 PC가 등장하면서 3D 게임은 이제 기본이 되고 있다.
이번 벤치마크는 최근 시장의 주력 그래픽카드의 DVD 재생능력을 평가해 본다. 이번 테스트는 단순히 개별 그래픽카드의 DVD 재생 성능을 살펴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그래픽카드에서 어떤 DVD 재생 소프트웨어가 가장 적합한가를 알아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번 벤치마크 테스트에 사용되는 DVD 재생 소프트웨어는 파워DVD와 윈DVD다. 두 제품 모두 DVD 재생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제품이다. 그래픽카드는 현재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엔비디어의 지포스2, ATI 레이드온, 카이로2 계열 그래픽카드로 결정했다.
테스트 결과 몇 가지 결론이 나왔다. 엔비디어 지포스2 계열에는 파워DVD가 안성맞춤이다. 파워DVD는 지포스2 계열의 MC 기능을 완벽히 지원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DVD 재생시 가장 낮은 CPU 점유율을 유지했다. 엔비디어의 지포스2 계열이 동영상 재생 능력이 다른 그래픽카드에 비해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기본에 충실한 DVD 가속기능이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경우 낮은 사양의 CPU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ATI 레이드온 계열에는 윈DVD가 최적이다. ATI의 레이드온은 깨끗하고 화사한 색감으로 인해 동영상 재생시 발군의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파워DVD를 사용할 때는 예상보다 좋지 못한 CPU 점유율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레이드온과 파워DVD는 추천할 만한 조합이 아니다. 파워DVD는 자체적으로 레이드온의 MC 및 iDCT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DVD를 재생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CPU 점유율을 나타낸다. 반면 윈DVD는 레이드온의 MC 및 iDCT 기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낮은 CPU 점유율을 보여주게 된다. 당연히 레이드온과 윈DVD의 결합이 최상이다.
다크호스라고 기대되며 사용자들의 기대를 모았던 카이로2 계열 제품은 적어도 DVD 재생면에서는 유감스럽게도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MC 기능을 그래픽 코어에 내장하고 있지만 이를 지원하는 DVD 재생 소프트웨어가 없어 그 기능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새로운 버전의 DVD 재생 소프트웨어가 이를 지원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카이로2 계열의 DVD 재생 기능은 그 이후에 판단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일단 이번 테스트는 DVD 재생시 그래픽카드의 CPU 의존율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러한 관점은 DVD를 보면서 다른 작업을 함께 한다는 가정하에 어떤 제품의 조합이 가장 효율적인가를 알아본 것이다. 하지만 DVD 재생 소프트웨어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밖에도 몇 가지 요소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중 한가지를 언급하자면 DVD 재생 소프트웨어의 색감 및 사운드 지원에 따라 제품을 선택할 수도 있다. 윈DVD와 파워DVD의 색감 논란은 예전부터 계속돼왔던 것이기는 하지만 색감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두 제품 중 하나를 선택하는 사용자도 분명히 있다. 또 사운드 측면에서 돌비 헤드폰 기능을 지원하는 파워DVD냐, 아니면 DTS 사운드 지원이 장점인 윈DVD냐라는 선택의 갈림길이 있다.
◆사이버링크 `파워DVD`
사이버링크 사에서 개발한 DVD 재생 소프트웨어다. 현재 윈DVD와 함께 DVD 재생 소프트웨어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파워DVD를 공식적으로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가 있을 정도로 그 영향력은 크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시장에서도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각종 그래픽카드, DVD롬 드라이브, 메인보드 등에 번들로 포함돼 사용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DVD 재생 소프트웨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호환성이다. 최신의 그래픽 칩세트는 물론 다양한 사운드 칩세트까지 폭넓게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파워DV 는 기본적으로 MC(Motion Compensation) 기능을 가진 그래픽카드일 경우 DVD 하드웨어 가속이 지원되는 제품이다. 즉 MC 기능을 지원하는 그래픽카드와 함께 사용하면 CPU 점유율이 MC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그래픽카드보다 낮기 때문에 다른 작업을 하면서도 DVD를 부드럽게 재생할 수 있다.
파워DVD는 수많은 그래픽 칩세트를 지원하고 있어 상당히 폭넓은 호환성을 보장한다. 경쟁 제품인 윈DVD보다 지원 칩세트가 많다. 따라서 호환성 면에선 파워DVD가 다소 앞서고 있다고 보인다.
사운드 칩세트 지원도 무시할 수 없다. DVD의 특징은 5.1 채널 사운드에 있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그래픽 칩세트를 지원하더라도 사운드 칩세트를 지원하지 않으면 DVD 재생 소프트웨어는 반쪽자리 제품이 된다.
파워DVD는 기본적으로 4채널 혹은 6채널(5.1채널) 사운드 출력이 지원되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는 사운드카드와 스피커 시스템을 활용하면 거의 극장과 비슷한 수준의 사운드 품질을 낼 수 있다. 물론 공간적인 제한이나 스피커의 출력 한계가 있지만 홈시어터를 꾸미기에는 무리가 없다.
사용자의 기호에 따라 단순한 스테레오 모드로 감상할 수도 있고 사운드카드가 지원을 한다면 돌비디지털 5.1채널의 서라운드 사운드를 감상할 수도 있다.
5.1채널 사운드를 지원하는 멋진 사운드카드가 있다고 해서 5.1채널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운드카드는 물론 스피커 시스템도 다채널 출력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사용자가 5.1채널을 지원하는 사운드카드와 스피커를 구입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 파워DVD는 경제적인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가상의 5.1채널 사운드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그 기능은 돌비 헤드폰 기능이다. 돌비 헤드폰 기능은 가격이 저렴한 헤드폰으로 가상의 5.1채널 사운드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돌비 헤드폰 기능은 소프트웨어적인 기술이기 때문에 어떤 헤드폰에서도 자연스럽게 구현될 수 있다.
◆인터비디오 `윈DVD`
파워DVD와 함께 DVD 재생 소프트웨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것이 윈DVD다. 나라마다 독자적인 DVD 재생 소프트웨어가 있지만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갖고 있는 제품은 파워DVD와 윈DVD가 유일하다.
윈DVD의 그래픽 칩세트 지원도 상당히 폭넓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유명한 그래픽 코어는 기본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MC, iDCT(Inverse Discrete Cosine Transform) 기능을 가진 그래픽 칩세트도 지원하고 있다. 폭넓은 호환성 때문에 윈DVD는 전세계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일반 사용자 시장은 물론 OEM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직 파워DVD보다는 인지도나 시장 점유율 면에서 조금 떨어진다. 따라서 국내에는 공식적인 협력업체가 없다.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OEM 버전의 윈DVD 입수나 해외 주문 방법 이외에는 제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사운드 지원도 상당히 충실하다. 4채널 혹은 6채널(5.1채널) 사운드 출력을 기본으로 지원하고 있다. 파워DVD의 특징인 돌비 헤드폰 기능은 OEM 버전 중 일부에서 지원하고 있다. 반면 파워DVD의 돌비 헤드폰 기능은 OEM 버전에선 지원이 안되고 일반 사용자용 패키지 제품에서만 지원이 된다. 물론 주문업체가 특별히 주문을 하지 않으면 돌비 헤드폰 기능을 넣지 않는다.
윈DVD 일반 사용자용 제품의 무기는 오히려 따로 있다. 현재 다른 DVD 재생 소프트웨어에서는 제공되지 못한 DTS 디코딩 기능이다. DTS는 Digital Theater System의 약자로 돌비 디지털과 같은 5.1채널의 멀티 사운드 형식이다. 일반적으로 돌비 디지털 5.1보다 낮은 사운드 압축률을 가지고 있어 보다 고음질의 사운드 재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본적인 압축률 자체가 낮기 때문에 돌비 디지털 5.1보다 더 많은 사운드 데이터를 전송하지만 사운드 품질 면에서는 진보했다는 평가를 내린다. 반면 데이터 양이 많기 때문에 효율성 면에서 의문을 제기되기도 해 아직 논란이 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돌비 디지털 5.1과 DTS 사운드를 동시에 경험한 사용자 가운데 대략 30% 정도는 음질 향상을 느끼지만 나머지 70% 정도는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니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 일부 사용자는 DTS 자체가 극장을 기준으로 개발된 향식이기 때문에 PC 사운드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어쨌든 DTS 디코딩 기능은 현재 윈DVD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보적인 기능이기 때문에 DTS 사운드를 PC에서 경험하고자 하는 사용자를 중심으로 서서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파워DVD를 개발한 사이버링크 역시 차기 버전에서 DTS 지원 여부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후문이 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