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세상 화제와 이슈](10)SI시장 경계 무너진다

 최근 시스템통합(SI)에 대한 고객의 요구 수준이 크게 높아지면서 그동안 컨설팅, 하드웨어, 시스템 구축 등으로 구분되던 업종별 시장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액센추어, 딜로이드컨설팅 등 세계 굴지의 컨설팅 전문업체들이 과거 경영 컨설팅이나 정보화 전략을 수립하는 차원의 영업에서 탈피해 SI프로젝트를 직접 수행하는가 하면 IBM·HP·컴팩 등 중대형 컴퓨터 업체들도 단순 하드웨어 공급차원을 넘어 솔루션을 포함한 SI영업방식으로 급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단순한 정보시스템 구축보다는 고급 컨설팅과 전문 솔루션이 어우러진 종합적인 정보기술(IT)서비스에 대한 정부나 기업 고객의 요구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외국계 컨설팅 및 하드웨어 업체들의 SI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은행·보험·캐피털 등 등 주요 금융권의 고객관리(CRM), 데이터웨어하우징(DW), 유가증권관리시스템 등 전문 정보시스템 영역에서는 컨설팅 또는 중대형 컴퓨터 업체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기존 SI업체들은 관련 시장을 송두리째 내주고 있는 형편이다.

 이같은 컨설팅 및 중대형 컴퓨터 업체들의 강세는 기업간 전자상거래(EC)를 비롯한 e비즈니스 영역은 물론이고 향후 급신장할 IT 아웃소싱 분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국내 SI업체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사전 컨설팅이 요구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SI업체가 지명도 있는 컨설팅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가할 경우 사업수주는 SI업체가 해놓고도 실질적인 수익은 액센추어·PwC·맥킨지 등 외국계 컨설팅회사가 챙기는 경우도 허다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SI업체들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전략 아래 컨설팅사업부문을 대폭 강화하는 등 맞불작전에 나섰다.

 삼성SDS(대표 김홍기)는 지난해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컨설팅 디비전을 신설하고 300명 가량의 전문인력을 확보, IT기술기반에 관한 컨설팅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0명 가량의 국내외 석박사급 고급 컨설팅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LGEDS시스템(대표 오해진)도 사내 컨설팅사업부문에 ‘엔트루 컨설팅’이라는 고유 브랜드를 도입하고 직무체계도 부장·과장·대리 등의 호칭에서 총괄 컨설턴트, 책임 컨설턴트, 선임 컨설턴트 등 선진체계로 개편했다.

 SI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외국계 대형 컨설팅업체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외국기술에 대한 막연한 선호도 때문이며 외국 컨설팅업체의 정보력이나 능력은 실제에 비해 상당부분 부풀려진 측면이 많다”며 “결국 토털 IT서비스 시장에서의 최종 승자는 국내 기업문화에 익숙하고 실질적인 정보시스템 구축 노하우를 보유한 SI업체가 차지하게 될 것”으로 자신했다.

 하지만 IT 전문가들은 “경영전략 수립에 관한 세계 수준의 노하우와 철학을 보유한 선진 컨설팅 업체들의 시장경쟁력은 결코 소홀히 볼 것이 아니며 국내업체들이 컨설팅이나 기본설계와 같은 전초작업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지 않는 관행을 개선하지 않는 한 향후 토털 IT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갈수록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