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장, 매출로 승부

 올들어 코스닥시장 진출에 안간힘을 쏟던 제3시장 지정기업들이 코스닥 청구를 미루는 대신 매출과 수익구조 개선 등 경영안정화를 통한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25일 제3시장 업계에 따르면 올해 20∼25개 내외의 제3시장 기업들이 코스닥 등록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들어 코스닥 등록 일정을 잠시 미루고 실적확보에 우선적으로 나서는 업체가 늘고 있다.

 이는 선발업체들의 잇따른 코스닥 등록 실패로 코스닥시장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데다 기업체질 강화가 선행돼야 코스닥등록후에도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거래소·코스닥 등 양대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코스닥 등록에 나서봐야 큰 메리트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제3시장에 대한 제도개선이 이뤄질 경우 보다 유리한 조건을 누릴 수도 있다는 판단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인터넷정보제공업체인 훈넷(대표 김범훈)이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훈넷은 최근 관계사인 훈테크가 코스닥 등록을 재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가에 영향을 받았지만 연내 코스닥 등록은 꿈도 꾸지 않고 있다. 회사의 내실을 다져 여유있게 재도전하기 위해서다.

 관계사인 훈테크가 코스닥 등록 심사에서 매출문제로 고배를 들었기 때문에 매출과 수익구조는 이 회사의 가장 민감한 사안이 되고 있다. 이 회사는 코스닥 등록시 실적부문에 대한 우려를 없애기 위해 올해 적정한 매출규모와 수익구조를 갖추는 데 총력을 기울여 나간다는 전략이다. 훈넷은 지난 5일 유료로 전환한 하이넷 게임사이트가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올해 70억∼80억원의 매출목표 달성을 낙관하고 있다.

 자진철회형식으로 코스닥 등록을 미뤘던 케이아이티(대표 하준호)는 내년 상반기 코스닥 등록을 목표로 정하고 일찌감치 내부 조직정비에 들어갔다. 이미 이 회사는 대표이사를 교체한 데 이어 ITS와 넷클라이언트·SI 등 주력 3부문의 올 하반기 매출 확보 여부에 대한 점검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1% 미만 특수관계인 지분변동 사전신고 등 문제가 됐던 규정이 아직도 명확하게 개정되지 않은데다 하반기 주식시장이 여전히 불투명한 점 때문에 올해 코스닥 등록 재추진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 올해 매출과 수익 확대에만 전념할 방침이다.

 고려정보통신(대표 이광호)도 올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했던 코스닥 등록 계획을 내년으로 미루고 신규사업부문인 원격건강관리사업에 전념키로 했다. 제3시장 출범과 함께 올 상반기 코스닥 등록을 목표로 해 왔으나 지난해말부터 야심적으로 추진했던 세트톱박스부문에서 예상치 않은 차질이 빚어져 코스닥 입성의 꿈을 내년으로 미뤘다. 일정대로 등록을 추진하자는 내부의견도 있었으나 무리하게 코스닥 등록을 추진해 봐야 기업이미지만 손상된다는 판단하에 우선 내실을 다져 나가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제3시장 업체의 한 관계자는 “상당수 제3시장 기업들이 코스닥 등록을 지상과제로 삼고 사업을 펼쳐 왔지만 그 과정에서 거품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결국 실적이 뒷받침되는 기업만이 제대로 평가받는 풍토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