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P 장비 및 솔루션 업체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초기 공중전화망(PSTN:Public Switched Telephone Network) 전화의 통화품질에 비해 크게 뒤처졌던 인터넷전화의 음질이 진보된 소프트웨어의 개발, 컴퓨터 처리속도 및 압축방법의 향상에 힘입어 일반사용자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
이러한 기술적인 발전은 큰사람컴퓨터·텔리프리·새롬기술 등이 속속 유료 인터넷전화서비스를 시작하도록 만든 데 이어 PC통신 3사, 기간통신사업자인 하나로통신 등이 기업용 및 개인용 시장에서 VoIP서비스에 나서도록 추동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무역상사를 비롯해 국제회선 사용빈도가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인터넷전화의 경제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같이 서비스사업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자 자연스럽게 PC통신 사용자들이나 초고속인터넷서비스 가입자들도 VoIP서비스 사용에 대한 관심을 표출하고 있으며 이는 곧 VoIP 관련 사업의 전반적인 활성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VoIP서비스 관련 장비 및 솔루션 업체들이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집이나 사무실 등 가입자단 장비에 속하는 소용량 게이트웨이와 인터넷전화기 등이다.
이미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을 비롯해 브레인21·휴먼테크날리지· 일레자인·브리지텍·우전인포텍 등 20여개 중소·벤처기업들이 가세해 시장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밖에 대만업체들이 가세해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의 제품공급을 추진하고 있어 본격 시장 경쟁에 돌입한 업체수만 50여개에 이른다.
LG전자·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은 본격적인 시장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 형성돼 오는 2003년에는 인터넷전화 관련 장비 및 솔루션 시장이 1조6000억원 가량의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그에 맞춰 제품생산 일정에 돌입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두 대기업들은 인터넷전화기를 앞세워 미국 및 러시아 등 해외시장 공략
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이밖에 휴먼테크날리지는 하나로통신·넷츠고·유니텔 등에 소용량 게이트웨이 납품업체로 선정돼 올 하반기 이후부터 매출액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있다. 또 브레인21·일레자인 등도 기업체를 중심으로 각각 게이트웨이와 인터넷전화기에 대한 수요가 조금씩 늘고 있어 하반기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 인터넷서비스프로바이더(ISP)의 성능평가시험(BMT)에서 20여개 CPE생산업체가 참여해 올초 대당 1000달러를 상회하던 4포트 게이트웨이가 300달러 이하로 떨어지는 등 가격이 급락하고 있어 매출증가폭에 비해 수익증가폭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형 통신사업자를 겨냥해 대용량 게이트웨이와 게이트키퍼를 개발하는 제너시스팀즈·코스모브리지·기산텔레콤·시스윌·브리지텍·트랜스넷 등은 조심스런 행보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미디어게이트웨이컨트롤러(MGCP) 및 SIP 기반의 소프트스위치 및 미디어게이트웨이 개발에 한창 힘을 쏟고 있다.
소프트스위치는 음성과 데이터의 경로를 지능적으로 제어하는 차세대통신망의 두뇌에 해당하는 장비다. 소프트스위치에 비해 시장 수요가 넓은 미디어게이트웨이와 미디어서버에 대한 개발경쟁도 치열하다.
이들 업체가 바라보는 SIP 기반의 VoIP 시장은 단순히 음질 개선이나 서비스 안정성 차원을 넘어 기존 통신사업자들이 추진하는 지능망(IN)이나 차세대네트워크(NGN)에서 유무선 통합차원의 서비스 이동성과 부가서비스의 창출으로까지 진화방향을 잡고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 클래스식스커뮤니케이션즈란 이름의 연구소를 설립한 코스모브리지는 한국통신측에 VoIP사업자간 연동을 위한 클리어링하우스(일종의 정산소) 구축을 제안해 놓고 이 분야 연구를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진행하고 있다.
제너시스팀즈는 최근 넷츠고·하나로통신 등에 자사의 게이트키퍼를 공급키로 계약을 맺고 이를 바탕으로 소프트스위치의 개발을 연말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기산텔레콤도 연구개발용의 소프트스위치 개발을 마쳤고 시스윌도 강남에 따로 사무실을 마련해 제품 개발에 한창이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올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각자의 제품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당분간 통신사업자들이 투자를 자제하는 상황이어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대용량 부문에 대한 신규 수요는 거의 없을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VoIP 관련 장비 및솔루션 업계 관계자들은 관련 업체들이 풀어야 할 당면 과제로 단연 가격경쟁 일변도에서 벗어난 기술경쟁과 제품 표준화 및 번호체계의 도입을 꼽는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횡횡했던 무리한 수주경쟁으로 일단 제품을 공급하고 보자는 관행은 사라져야한다는 얘기다. 과도한 가격경쟁은 단순히 한두 업체의 수익악화, 채무불이행, 도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쟁업체들의 가격정책에도 타격을 줘 결국 국내 산업을 공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국내 VoIP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H.323프로토콜을 비롯한 이종의 게이트웨이간, 게이트키퍼간 호환성을 확보하는 표준화 마련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서비스의 안정을 위해서는 번호체계 제정과 같은 정책적인 배려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