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1만개 중소기업 IT화 지원사업이 발표됐을 때 IT업계는 물론 정보화에 목말랐던 중소기업들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일부에서는 중소기업 정보화라는 그림을 거의 완벽하게 그려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었지요.” IT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사업 계획이 나온 당시를 이렇게 말한다. 불과 수개월 전 일이다.
그러나 완벽한 듯 보였던 지원사업은 추진과정에서 당초 취지가 희석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기 시작했고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와 미시적인 문제점들이 하나 둘씩 쌓여갔다. 또 이 같은 문제들이 관련업계의 이익과 맞물리면서 여론이 급속히 악화돼 마치 사업 자체에 큰 문제가 있는 듯 비춰졌다. 정부로서는 미시적인 문제들을 개선하면서 최대한 조용히(?) 업계의 반발을 무마시키는 것이 최선책인 듯 보였다. 또 정부가 하는 일인 만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조금씩 수정되면서 그냥 그렇게 굴러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산자부와 중기청은 여론이 기대한 이상의 현명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잘못된 부분에 대한 분명한 시인, 그리고 잘못된 부분을 분명하게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한 현실적인 보완책 마련. 산자부와 중기청의 결단은 매우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졌고 관련업계를 등에 업고 달릴 수 있는 추진력을 얻게 됐다.
조만간 확정될 ‘중기 IT화 지원사업 최종개정안’도 사실 또 다른 변수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나타나 새로운 문제를 파생시킬 개연성은 존재한다. 정부의 정책 역시 인간이 하는 일인 만큼 완벽한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여론을 수렴하고 과오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다. 파생하는 문제에 대해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인정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야말로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주체의 가장 바람직한 자세라고 볼 수 있다. 산자부와 중기청은 이번 중기 IT화 지원사업에서 많은 고충을 겪은 것이 사실이지만 ‘현명한 결단’을 통해 관련업계로부터 신뢰라는 귀중한 자산을 얻어냈다. 이번 ‘현명한 결단’이 향후 중소기업 IT화 사업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업계와 정부가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디지털경제부·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