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대표 신윤식)이 최근 추진중인 장비구매 과정에서 해외 사설단체 인증을 제품 규격 사양에 명시해 관련업체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하나로는 무선 LAN 업체를 대상으로 ‘실내형(2.4㎓) 무선 랜(wireless LAN) 접속 장비 규격 적합성 시험’을 실시, 지난 24일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하나로는 장비공급 조건으로 미국 무선네트워크관련 사설기관인 WECA(Wireless Ethernet Compatability Alliance)가 부여하는 인증마크 와이파이(WiFi)를 획득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국내 60여개 무선 LAN 업체 중 외산장비를 취급하는 업체를 제외하고 와이파이 인증을 획득한 업체는 삼성전자와 아크로웨이브 등 2∼3개 업체에 불과하다.
대다수 업체들은 하나로가 특정 해외 사설기관에서 실시하는 인증을 장비규격으로 명시한데 대해 반감을 표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무선 LAN 업체 사장은 “미국시장에서조차도 공급 조건으로 와이파이를 요구하는 예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하나로가 선례를 남기면 KT·두루넷 등 다른 국내 사업자들이 와이파이를 기준에 포함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시장에 장비를 공급하기 위해 해외 사설 인증을 획득해야 할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중소업체가 대부분인 국내 무선 LAN 업체로서는 와이파이를 획득하는 데 드는 비용도 부담이다.
와이파이를 받기 위해 드는 비용은 품목당 1만5000달러다. 랜카드와 액세스포인트, 무선 브리지를 모두 인증받으려면 WECA 가입비까지 포함해 1억원 가량이 든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와이파이는 미국 FCC규격이나 유럽 CE 등 수출시 요구하는 해외 공인 인증과 달리 공신력이 없기 때문에 1억원을 투자할 만큼 가치가 없다는 게 대부분 업체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로통신은 “국내에는 무선 LAN 장비간 호환성을 보장해 줄 만한 마땅한 기준이 없는 게 고민”이라면서 “업계 의견을 신중히 고려해 보겠다”고 답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