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가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과 성공적인 외자유치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회생가능성을 보이지 않고 또다시 추가지원의 필요성까지 제기되자 일각에서 반도체기업으로서의 하이닉스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마케팅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다 해도 하이닉스는 마이크론, 인피니온 등 경쟁사에 비해 성적표가 신통치 않았다.
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34% 감소한 1조1600억원이며 영업손실은 2660억원이었다. 순수 반도체 부문의 영업손실만 1680억원이나 됐다. 시장점유율이 하이닉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인피니온은 같은 기간 11억달러로 하이닉스에 못지 않은 매출을 올렸으며 매출 감소율도 23%에 불과했다. 아무래도 생산량이 많고 고객도 많은 하이닉스로선 자존심 상하는 실적 비교가 아닐 수 없다.
하이닉스는 영업 손실폭 증가에 대해 D램 가격 폭락과 비영업적 비용의 증가를 이유로 들고 있다. 또 매출 감소도 유동성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고객사의 불안감이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하이닉스의 마케팅력’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LG반도체와의 빅딜 과정에서 상당수 핵심인력들이 빠져나간데다 주요 고객과의 관계도 상당수 느슨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통합 이후 하이닉스가 재관리에 들어가긴 했지만 유동성 위기를 겪고 구조조정 진행 과정에서 흡입력이 떨어졌다는 우려다.
또 내부 통합력의 문제다. 올들어 경영진과 일선 담당 임원간의 입장이 통일되지 않아 감산 등을 두고 상충되는 견해가 외신에 보도되기도 했다. 뭔가 모르게 손발이 맞지 않는 것이다.
하이닉스도 최근 이같은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최근 국내 영업본부를 미국 현지법인(HSR)으로 이관, 통합운영하기로 한 것에 문제를 인식한 흔적이 보인다.
또 박상호 반도체 총괄사장이 인사권 등의 권한을 강화한 것도 일사분란하게 조직을 움직이겠다는 의사로 풀이됐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이 너무 늦게 시작됐다는 점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