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카탈로그 이젠 필수다>(4/끝)확산방안

한 민간기업 조사에 따르면 전자상거래(EC) 관련 사이트 구축 프로젝트에서 80%에 달하는 비용이 콘텐츠, 즉 상품에 관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인터넷 구매를 꺼리는 주요인 중 하나가 제품정보의 부족이라는 조사도 동시에 나왔다.

 그러나 이런 문제조차 개별 사이트 내에 국한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전자카탈로그의 핵심은 아니다. 전자카탈로그가 단지 온라인 거래만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진행돼오던 주문·납품·조달·대금처리 등 업무 전체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볼 때 단일 사이트의 전자카탈로그 구축 수준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e마켓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B2B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전자카탈로그는 ‘동일한 상품에 대해서 업체마다 정보가 다르고 정보교환의 포맷과 표현형식이 상이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특히 B2B가 여러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 연계를 전제로 하고 있고, 이는 어느 특정 소프트웨어 시스템에서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닌, 해당 업종, 참여기업의 공동표준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점에서 최근 개통한 한국유통정보센터의 ‘코리안넷’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통 당시 7000여개 기업의 10만여개 상품이 등록된 코리안넷에는 한달 새에 200여개 중소제조업체가 3000여개 상품을 추가 등록하는 등 일반 업체의 관심이 높다. 코리안넷의 실질적인 사용처가 될 유통업종도 현대백화점·한국까르푸 등이 참여의사를 밝혔고 롯데마그넷·삼성테스코·LG유통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사내 구매팀·전산팀 등 실무인력에 대한 교육을 우선 의뢰했다. 이제 출발이라는 점에서 보면 업체들의 이런 행보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호주 등 선진기업의 전자카탈로그 활용사례와 비교할 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e현대백화점 박정훈 부장은 “유통업체들이 솔선수범해 전자카탈로그에 등록한 업체들의 상품을 유통시키는 데 주력하고 자체 코드 사용을 억제토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대백화점이 구축하고자 하는 식자재 B2B e마켓의 데이터를 별도로 구축하지 않고 코리안넷으로부터 데이터 서비스를 받아 전자카탈로그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리안넷의 전자카탈로그도 지금보다 더 보강되고 시스템 기능이 향상돼야 한다. 이와 관련, 한국P&G 박왕규 이사는 “코리안넷은 정확한 제품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하는 장소일 뿐”이라며 “유통업계와 제조업계간 업무절차, 시스템을 고려해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역할이 보강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코리안넷 구축을 담당한 지이정보서비스코리아 박봉기 대표도 “유통업계와 제조업계간 좀 더 전략적인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선 양자의 판촉활동을 지원하거나 거래업체별로 차별화된 가격정보와 상품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으로 업그레이드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밖에 전자카탈로그 활성화를 위한 정부지원이나 전자상거래표준화 움직임인 ebXML·로제타넷 등 국제 동향도 예의 주시, 국제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코리안넷 개통은 산자부가 B2B시범을 지원한 결과지만 정부지원은 이제부터다. 산자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GDAS와 더불어 상품표준코드(EAN), 상품분류표준(UN/SPSC) 등을 타 산업에 확산시키는 등 코리안넷을 EC인프라로 육성하기 위한 다각적인 계획이나 조달청을 중심으로 한 정부부문 표준화 추진계획 등이 실행으로 옮겨져야 할 것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