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소니의 경쟁상대는 누구

◆성제환 게임종합지원센터 소장

  

 소니(Sony)사의 진정한 경쟁상대는 누구인가.

 지난 50년간 안방과 거실의 가전용품 분야에서 경쟁해온 파나소닉(Panasonic)사가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임을 필자는 최근 깨달았다. IBM은 복잡한 컴퓨터 운용체계를 조그마한 PC에 담아낼 수 없었고, 그 결과 PC시장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내주고 말았다. 한 세대가 지난 후 소니는 똑같은 약점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발견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 전략이 일견 다르게 보이지만 목적에 있어서는 동일하다. 즉 TV네트워크에서 독립된 지배력과 이에 따른 유연성을 제공함으로써 가장 먼저 안방과 거실을 점령하는 기업이 상상을 초월한 부를 누릴 것이라는 점이다.

 소니의 경쟁전략은 TV의 개념을 재정립함으로써 TV 활용법을 혁신시키는 데 있다. 바로 소비자들의 안방을 소니월드(Sony-World)로 개조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플레이스테이션(PS, PSⅡ)이라는 콘솔형 게임기를 개발했다. PSⅡ에 키보드 연결이 가능하다면 홈쇼핑과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검색, 네트워크 게임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소비생활이 가능하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PC와 PC형 소프트웨어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안방을 PC 중심적 공간으로 구축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TV, 오디오, 기타 오락기기 등을 작동하기 위해 추가적인 하드웨어를 구입해야 했다. 또한 웹TV 인수, MS-NBC의 공동설립, 컴캐스트 및 AT&T에 거대한 투자를 단행하는 등 마이크로소프트는 안방과 거실을 장악하기 위해 인터넷과의 호환성에 중점을 둔 경쟁전략에 치중해 왔다. 이러한 전략은 그러나 소니에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결말이 나고 있다. 즉 안방과 거실 네트워크 시스템을 운용하기 위해 부모가 초중생들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아도 되고,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절감된다는 운영 측면과 소니의 브랜드파워가 먹혀 들어가고 있었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X박스라는 콘솔형 게임기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PS가 지난 3년간 8900만대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린 것과 비교해 볼 때 PC로 이 정도 실적을 올리려면 족히 15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휴대형 게임기 시장에서 선두를 지켜온 닌텐도사는 닌텐도64에 이어 게임큐브를 개발했고 최근에 마쓰시타사는 DVD를 이용한 게임기를 개발하게 됐다. 

 이렇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과연 우리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해 전세계 게임시장의 0.8%에 해당하는 약 9000억원의 시장을 확보하고 있을 뿐이다. 구조적으로 보면 2만개가 넘는 게임장에서 즐기고 있는 아케이드 게임이 70%를 이루고 있고, 리니지라는 게임이 대박이 터진 이래 많은 개발사들이 온라인 게임 개발에만 주력하고 있으며, PC 게임은 불법복제 문제로 개발을 포기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은 우선 통신사업자의 과점으로 수익모델을 갖추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콘솔 게임 개발은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부터 개발권을 위임받아야만 가능하다. 이러한 개략적인 한계 외에도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우리 게임업계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첫째 네트워크별 또는 게임 종류별 한계가 모호해질 것이다. 만약 불황에 처해 있는 일본 아케이드 게임기에 PSⅡ를 탑재한다면 네트워크 게임이 가능해지고 가격이 비싼 단점을 해결할 수 있다. 콘솔 게임기로 TV케이블을 이용한 온라인 게임이 가능해지면 네트워크 유형별 게임의 분류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둘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게임이 아니라 안방과 거실을 점령하기 위한 게임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청소년 게임 중독 등 게임의 문제점을 업계 스스로 보완해야만 게임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셋째 중국의 시장에 온라인 게임 진출에 대한 판단은 아직 이르다는 점이다. 양방향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것은 권력의 이동이 국가에서 시민으로,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옮겨감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네트워크 시스템이 잘 갖춰진 싱가포르도 권력의 이동이 시민으로 넘어가는 것을 경계하는 상황에서 중국에 완전한 정보 네트워크가 구축돼 우리의 온라인 게임이 수출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는 과연 콘솔 게임기를 개발할 수 없는가. 채산성과 기술력으로 인해 게임기 개발이 불가능하다면 우리나라는 게임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 게임 콘텐츠의 승부처는 게임시나리오와 기획에 있어 창의력과 오락의 요소며, 이를 표현하는 그래픽·동영상·음악 등 기반 문화와 예술의 발전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정부의 지원도 이러한 분야의 발전을 위해 소프트웨어적인 지원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게임종합지원센터 소장sung24@gameinfinity.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