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영>글로벌 파일(18)세계경제의 침체 비동맹연합의 부활

 지난 몇달간 북한당국은 미얀마·쿠바 등과 회담을 가졌으며 북한의 부사령관은 최근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 등을 방문했다. 북한은 제3세계의 가능한 모든 외교채널을 동원해 오는 2003년 비동맹연합(non-aligned movement) 회의의 의장직을 획득하려 하고 있다.

 계속되는 외교노력의 저변에는 국제무대에서 비동맹연합에 생기를 불어넣고 세계화 추세와 다수의 번영을 추구함에 있어 일어난 세계화의 오류들에 맞서는 개발도상국과 고립국들을 단합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비동맹연합이 활기를 찾게 되고 그 회원국들이 냉전구도에서 그들이 해냈던 것처럼, 세계화를 이끄는 강대국들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며 고조되는 미국의 영향력에 대항할 수 있을 것이다.

 비동맹연합의 유대강화는 회원국들의 경제개선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외국으로부터의 투자유치를 보다 용이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비동맹연합의 회원국들은 무기를 구매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이들 회원국은 그들이 무기구매처와 구매량을 결정함에 있어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질 것이다.

 비동맹연합은 1961년 25개의 회원국으로 출범했으나 그 회원국 수는 오늘날 115개국에 달한다. 대부분 회원국은 바르샤바조약기구나 나토(NATO)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초강대국과의 동맹을 거부함으로써 엄청난 혜택을 누려왔다. 이를테면 이집트와 인도는 미국과 러시아에 비동맹연합의 지지나 협력을 미끼로 양쪽 모두로부터 무기와 자금을 지원받았다.

 탈냉전시대로의 진입 이후 세계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비동맹연합은 지리멸렬해졌다. 개발도상국들은 더이상 안보를 위한 동맹이 필요치 않게 됐다. 대신 비동맹연합 회원국들은 겉보기에 영원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 미국의 눈에 들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비동맹연합 회원국들이 그들의 관계를 재고하도록 만들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고수하면서도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자국의 원칙을 따르도록 강요했으며 IMF의 지원자금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의 이러한 요구

를 반드시 수용해야 했다.

 더구나 새로운 형태의 지정학적 경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새로운 힘의 구도가 형성됐다. 러시아가 정치적으로 사회주의에서 민주주의 형태로 변화해 가고 중국의 경제가 개방되면서 국제정치구도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은 이제 구소련과 경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절대강자로서의 위치를 확보한 채 한단계 아래 2위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EU·인도·러시아 등과 경쟁하고 있다. 환경의 변화에 뒤처져 있던 제3세력 국가들은 미국에 대한 불만이 높아져 가고 있다. 미국의 권위에 도전하고 지역에서 미국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것을 거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그들은 비동맹연합 회원국으로서 이용가능한 이점들을 다시 고려하기 시작했다. 비동맹연합의 부활을 주도하는 국가들은 세계경제의 부흥기에 국제사회에 동참을 거부했던 쿠바·미얀마·북한 같은 나라다.

 이들은 모두 사회주의국가이거나 군부독재하에 있는 나라다.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져들면서 많은 나라의 정부는 그들의 경제적 입지를 향상시킬 방법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비동맹연합 주도세력들의 설득에 여러나라가 귀를 기울일 가능성이 있다.

 최근 북한의 왕성한 외교활동은 평양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더 많이 얻어내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북한에서 쿠바와의 회담에 이어 군사회담을 구실로 평양과 미얀마간의 회담이 이뤄졌다. 쿠바의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는 지난 5월 비동맹연합내에서 영향력있는 회원국인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

 베네수엘라는 차베즈 대통령이 쿠바·리비아 등과 함께 미국의 주도권에 맞서는 다극체제 동맹을 추진하면서 비동맹연합이 추구하는 바를 조기에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 정부와 베네수엘라 정치 경찰간의 접촉을 연기했는데, 그 이유는 베네수엘라의 수도인 카라카스내에 쿠바의 정보원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자국의 낙후된 경제와 국제적으로 미미한 위상으로 인해 이웃나라인 베트남을 따라 이러한 흐름에 금방이라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비동맹연합이 다시 활기를 띠게 되고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면 세계의 각 세력들은 비동맹연합내에서 어떤 나라가 영향력있는 정치적 지지도를 확보하

느냐에 대해 촉각을 곤두 세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