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벤처투자를 위한 펀드 설립이 잇따라 백지화되는 등 창투사의 투자조합 결성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창투자금이 대내외적인 경기침체로 수렁에 빠진 한국경제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는 벤처기업의 젖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조합 결성에 찬 바람이 감도는 지금의 상황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더욱이 당초 1조790억원(97개)으로 잡았던 창투사의 하반기 투자조합 결성액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6455억1000만원(59개)으로 줄었고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니 우려되는 현상이다.
창투사의 투자조합 결성이 이처럼 차질을 빚게 된 것은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에서 중소·벤처기업 창업기금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중기청의 재정자금 출자용 예산 1000억원을 전액 삭감함에 따라 이 자금을 근간으로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키로 했던 대다수 창투사들이 사업을 포기하는 등 88개 민관매칭 펀드결성이 차질을 빚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투자조합에서는 중기청 재정자금 출자금액을 자체 조달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벤처펀드 출자를 꺼리는 시장상황을 감안할 때 정부 재원이 출자된 투자조합에 지분을 참여키로 했던 은행·증권사·기업 등이 투자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 창투사들이 독자적으로 벤처투자조합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자금 출자라는 공신력을 이용, 다른 기관법인이나 개인을 상대로 매칭자금을 모으려 했던 중소규모 창투사들의 타격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회사 자체의 특별한 트랙레코드가 없는 이들 소형 및 후발 창투사는 자체 공신력만으로 투자조합 결성이 어렵다.
그뿐 아니라 벤처펀드 결성도 지난 1월 260억원, 2월 177억원, 3월 725억원, 4월 24건 1637억원, 5월 11건 1395억원에서 지난달에는 1건 44억원에 그쳤으며 이달 들어선 현재까지 1건 15억원에 그치고 있다. 이래저래 중소·벤처기업의 돈가뭄이 걱정이다.
벤처기업이 우리 경제의 희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벤처기업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지난 97년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한 이후 전폭적인 지원을 했던 정부의 힘이 컸다. 다시한번 시동을 걸자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종전처럼 무조건적으로 지원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옥석을 가리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벤처기업보다는 미래 벤처기업을 위한 기반조성에 초점을 맞춰 지원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낙후된 연구설비와 동떨어진 과목수업으로 인해 해결이 요원한 전문인력 부족현상, 실질적인 마케팅 지원보다는 물리적 장소 제공에 그치는 해외 수출지원, 정보 및 기반시설 부족으로 착근되기 힘든 지역화, 생색내기식 자금지원 등은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다. 차제에 기업공시제도를 강화하고 코스닥 종합정보시스템 및 주가감시시스템을 도입, 기업의 불공정행위도 근절시켜야 한다.
날로 심각해져 가는 벤처기업의 자금난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