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관제서비스업체는 언제 어떻게 공격할지 모르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창으로부터 고객사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첫번째 과업이다. 또 외부 혹은 내부 비인가자의 불법해킹이나 바이러스 공격으로부터 고객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그 결과를 분석해서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서비스해야 한다. 그래서 보안관제서비스는 어떤 분야보다 기술의 업데이트가 중요한 분야다.
뿐만 아니라 날로 고도화하는 해킹과 컴퓨터 바이러스 등의 사이버테러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기술·관리기법이 조화를 이루며 전문적인 보안 조직의 운영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일반 기업들로서는 자체적으로 전문보안조직을 운영하기 힘들기 때문에 아웃소싱 형태로 관제서비스를 받고 있다.
국내 보안관제서비스 분야를 이끌어온 두 업체가 바로 사이버패트롤과 해커스랩이다. 두 회사는 고객 지명도 등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이 분야를 이끌어왔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두 회사 최고경영자의 관심사가 서로 정반대라는 사실이다. 두 최고경영자의 배경 차이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창과 방패’다. 김활중 사이버패트롤 사장이 ‘방패’ 전문가 출신이라면 김창범 해커스랩 사장은 ‘창’ 전문가 출신이다.
김활중 사장은 포스코와 LGEDS시스템을 거치며 시스템·네트워크 분야에서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력을 갖고 있다. 반면 김창범 사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학 시절 국내 첫 해커그룹인 ‘유니콘스’를 이끌며 해커 1세대로서의 독특한 경력을 소유하고 있다. 보완 관제서비스업체 최고경영자로서는 더할 나위없는 배경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서로 다른 기술적 배경은 치열한 라이벌 의식으로 승화돼 국내 보안관제서비스 업계 발전을 이끄는 견인차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개인적 배경을 보면 김창범 사장보다 8살이나 더 연배인 김활중 사장은 서울 출신으로 전산학과의 전통적인 명문 숭실대를 나왔고, 인천 출신의 김창범 사장은 박사 과정까지 KAIST에서 얻었다. 김활중 사장이 LGEDS 등 대기업의 큼직큼직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방패’의 논리를 터득했다면 김창범 사장은 재학 시절 날리던 해커로서의 명성을 졸업 후 곧바로 창업으로 연결시켰다.
국내 기업들은 이처럼 최고경영자 스타일이 전혀 다른 두 회사를 두고 대체 어느 곳을 자신들을 보호해줄 회사로 택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법하다. 물론 두 회사의 대외적인 실적은 현재로서도 매우 화려하다.
사이버패트롤의 통합보안관제센터(CPC3)는 미국·영국·일본·중국·캐나다 등 12개국에 특허 출원하며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 중이다. 해커스랩도 KT IDC와 피에스아이넷 등 주요 인터넷데이터센터(IDC)와 금융·증권업체들에 관제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한국증권전산에는 관제센터를 구축한 바 있다.
최고경영자로서 직원들의 대부 역할에 초점을 맞춘 김활중 사장과 직원들의 친구 역할에 충실한 김창범 사장의 경영 스타일은 각각 다르지만 사이버패트롤과 해커스랩은 직원들과 함께 가는 기업으로 국내 보안산업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