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운환 대구대학교 직업재활학과 교수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비즈니스위크의 경제수석편집자로 있는 마이클 만델은 ‘인터넷 공황(the coming internet depression)’이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인터넷경제로 명명되는 우리 사회의 경제흐름이 경기순환(business cycle)에서 기술순환(tech cycle)으로 바뀌어가고 기술순환의 공황은 예전과 달리 브레이크를 밟기가 대단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보화사회는 신속성·정확성·보편타당성으로 특징지어져 왔다. 실제로 정보를 이용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인터넷의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에 매료되어 있으며 보편타당성이라는 측면에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놀랄 만한 일은 이러한 보편타당성이 일부 소수집단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이들은 생활의 불편이나 곤란을 경험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전반적인 삶이 공황상태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국민의 최저생활을 논의하던 사회에서 삶의 질과 인간다운 생활을 논의하는 좀더 선진화된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사회 전반에 이르기까지 기술순환의 파급효과가 어느 때보다도 크고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정보의 보편타당성은 정보화사회에서 현안으로 논의되어야 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헌법이나 사회보장에 관한 기본법률에서는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권과 권리는 이미 국민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 상당한 침해를 당한 뒤에 이를 만회하고 최소화하려는 정책적 접근에 지나지 않았었다. 즉 국민들은 그들의 진정한 인권과 권리를 보장하는 시민권(citizenship)을 보장받지 못한 것이다.
국민으로서 진정한 시민권의 보장은 기본적으로 시민적(civil)·정치적(political)·사회적(social) 평등권이 보장되는 것으로 최근에는 이와 더불어 정보의 접근성이 중요한 의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보의 격차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1월 통과된 정보격차 해소에 관한 법률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동 법률은 기본적으로 정보의 불평등을 해소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균형있는 국민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의 세가지 내용들을 제기함으로써 동 법률이 실제적인 측면에서 보완되기를 바란다.
첫째 정보접근성과 관련하여 시민권이 보장되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 정보화사회에서 정보의 불평등은 상당히 심화되어 가고 있으며 이는 지역별·계층별·성별·학력별·연령별에 따라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역별 정보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초고속 통신망 구축이 고려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민간기업에 대한 보상대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계층별은 장애인과 노인, 저소득자를 위한 정보통신기기 및 서비스 접근에 대한 구체적인 보장지침이 마련되어야 하고 성별은 여성의 정보접근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보접근센터 구축과 다양한 콘텐츠 개발 및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모든 공공기관의 정보는 시각·청각장애인과 노인 등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이 접할 수 있도록 제작돼야 하고 저소득층 국민을 위해 컴퓨터 및 인터넷 보급, 정보·통신서비스 이용료 지원 등 저학력·고연령의 국민들을 위한 정보접근 방안들이 고려돼야 한다.
둘째 정보활용성과 관련하여 시민권이 보장되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 정보·지식사회가 심화되어 갈수록 정보의 활용도에 따라 시민·정치·사회간에는 상당한 격차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즉 정보의 활용이 특정계층을 중심으로 행해질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빈부격차의 심화와 이질감 확산 등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지역과 계층, 성과 학력, 그리고 연령을 고려한 정보화 교육장과 정보접근센터를 통해 정보활용 교육과 정보접근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와 지원이 필요하며 이들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도 이뤄져야 한다.
끝으로 이러한 내용들은 종래에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에게 호의(goodwill)를 베푸는 식의 복지적인 접근이 아니라 국민으로서 진정한 시민권의 보장이라는 시민권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고 선택적인 접근이 아니라 의무적인 접근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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