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가 내년 7월 시행 예정인 제조물책임(PL)법과 관련해 △재판외 PL분쟁조정기구 설치 △제품결함원인규명기관 확충 △제조물책임보험제도 정비 △중소기업의 PL대응력 제고 장치 마련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회장 구자홍 http//www.eiak.org)를 주축으로 산학연이 공동 참여하는 ‘전자산업 제조물책임법 대책반’은 최근 ‘제조물책임법의 운용 효율화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면 제조자 등은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손해와 제조물 결함의 인과 관계 성립만으로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무과실·엄격책임 원칙이 도입돼 제조자의 제조물에 대한 책임요건이 확대되기 때문에 제조물 책임 분쟁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물책임법과 관련된 소송은 승패에 관계없이 제조자와 피해자 모두 시간적,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사회적 이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소송 전단계에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재판외 PL분쟁조정기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귀책여부를 판단하는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라며 국내 시험·검사기관 및 국공립연구소를 결함원인규명기관으로 지정하고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특히 제조물책임법 소송은 중소기업에는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중소기업을 위한 특별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제조물책임법이란 제조물 결함에 의해 소비자 또는 제3자의 생명·신체·재산에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제조 또는 판매에 관여한 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제도로 지난 88년에 처음으로 법안이 발의된 이후 산업 및 국가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논란을 거듭하다가 2000년 1월에 제정돼 시행을 1년여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 전자산업진흥회 이희준 이사는 “제조물책임법은 전자업계뿐 아니라 우리 산업계 전반에 걸쳐 부작용을 일으킬 소지가 있음에도 보완책 마련이 늦어지고 있어 업계와 정부, 관련기관의 관심을 환기시킨다는 의미에서 보고서를 발간하게 된 것”이라며 “전자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돼 전 산업 차원의 보완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