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위성수신기 분야의 과당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세트톱박스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세트톱박스 분야로 사업확대를 추진했던 자네트시스템이 사업을 포기하고 ADSL 모뎀 등 통신 분야에 주력키로 했으며 주피텍은 세트톱박스 사업부문을 한별텔레콤에 이관했다. 또 알파캐스트는 DVD 플레이어 사업에 집중키로 했고 청람디지탈은 차량용 앰프 및 위성라디오 등 기존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또 통신단말기 업체 팬택의 계열사인 팬택미디어는 위성방송 수신기 사업을 중단하기로 하고 MPEG 기술을 이용한 IMT2000 관련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키로 잠정적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밖에도 세트톱박스 사업에 뛰어들었던 수십여 중소벤처기업들이 이 분야 개발을 잠정 중단했거나 손을 떼는 것을 고려중이다. 실제로 휴맥스·한단정보통신·현대디지탈테크·디티비로·DMT·AMT 등 몇몇 업체들을 제외하고는 지난해초 의욕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업체들 대부분이 이렇다할 판매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중소벤처업체들의 세트톱박스 사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주 타깃 시장인 중동에서 최소 마진조차 확보하지 못할 정도로 국내업체간 출혈경쟁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데다 유럽시장이 침체기로 수요가 부쩍 줄어들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그라비전과 바이액세스 등 몇몇 수신자제한시스템(CAS:Conditional Access System)이 해킹당하면서 유료 위성방송을 무료로 수신할 수 있게 해주는 카드가 대거 유통되자 국내 중소업체들이 주력으로 삼아온 무료 수신형 제품들의 판매가 뚝 떨어진 것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트톱박스가 향후 일반 가전의 홈서버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장래 사업성이 밝은 것이 사실이지만 개발에 상당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당장 수익을 얻기는 어려워 자금사정이 원활하지 못한 중소업체로서는 사업 지속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대다수 업체들이 사업을 포기하고 있는 것과 달리 휴맥스·한단정보통신·현대디지탈테크 등 기술력과 마케팅력을 확보한 업체들은 매출과 수익성이 모두 호전되고 있어 세트톱박스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실적현황을 살펴보면 휴맥스는 매출액 1100억원(전년대비 93% 증가)에 영업이익 402억원(236% 증가), 한단정보통신은 매출액 519억원(139% 증가)에 영업이익 85억원(217% 증가), 현대디지탈테크는 매출액 314억원(40% 증가)에 영업이익 31억원(214% 증가)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