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위기가 기회다>(2)산업로드맵을 짜자

 인텔은 1년에 두차례씩 협력업체 기술자들을 한꺼번에 불러들인다. 인텔개발자포럼(IDF)라는 이름의 이 행사에서 인텔은 그동안 기술을 개발한 성과와 앞으로 개발할 방향을 제시한다.

 이른바 기술 로드맵(roadmap)이다. 협력사들은 인텔의 계획에 맞춰 자체 개발일정을 조정하고 새로운 개발분야를 찾기도 한다.

 국내 D램, 브라운관, TFT LCD 업체들은 세계 선두를 차지하면서도 이러한 로드맵 하나 없다. 로드맵은 꼭 핵심기술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업체들은 공정기술이 최고다. 앞으로 어떤 공정이 언제쯤 도입될는지 제시하지 말란 법이 없다.

 시장전망도 그렇다. 국내업체가 세계시장의 30∼40%를 차지하면서도 시장이 어떻게 갈 것인지를 외국 시장조사기관에 의존하고 있다.

 나노기술만 해도 그렇다. 미래 핵심기술임에는 틀림없으나 실제 산업에 적용하려면 10년은 족히 걸릴 전망이다.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추진한다면 모를까 당장 2∼3년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것처럼 자원을 집중한다면 자원배분의 왜곡이 생긴다. 오히려 그 자금을 국내업체의 경쟁력을 갖춘 공정기술의 개발에 쓴다면 나노기술의 기반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반도체분야 연구인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산업 전체의 로드맵도 만들어야 한다. △몇년 뒤엔 국내생산의 이점이 사라질는지 △후발국인 대만과 중국에 어느 시점에 기술을 이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우리는 시기별로 산업구조를 어떻게 고도화해야 할는지 △어느 시점에 어떤 시스템시장을 활성화해야 하는지 등과 같은 로드맵이다.

 그 결과에 따라 정책 우선순위도 달리 매길 수 있으며 해당업체와 학연의 사업 및 연구개발 전략도 조금 더 명확해질 수 있다.

 인텔은 계획했던 로드맵을 어기기도 한다.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는 산업 로드맵을 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논의과정에서 국내산업의 당면과제는 무엇이며 어떤 위기가 놓여있는지 갈피를 잡는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