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지구. 우주선 조종사인 대위 레오는 은하계로 사라진 침팬지를 찾다가 어떤 전자파에 이끌려 시대와 위치를 알 수 없는 혹성에 불시착한다.
원숭이의 지배를 받는 그곳에서 인간은 수컷과 암컷으로 구분되는 하등동물에 불과한데다 썩은 냄새가 나는 족속으로 매매되는 노예일 뿐이다.’
3일 개봉하는 팀 버튼의 ‘혹성탈출’이다.
‘인간의 심성을 지녔기에 인간이 되기를 갈망하는 12세 로봇소년은 로봇세계로부터 버림받고 역시 사회로부터 냉대받는 남창과 기나긴 여정을 떠난다.’
10일 개봉하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A.I’
‘작가주의의 거장이냐, 아니면 흥행의 귀재냐.’
세계 영화감독을 대표하면서도 전혀 다른 취향을 가진 팀 버튼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역작이 잇따라 개봉된다. 가뜩이나 여름휴가로 들떠 있는 마니아는 이보다 더 즐거울 수 없다.
올여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전쟁의 절정은 이 두 감독의 역작이 선보이는 8월 초중순이라는 말이 서슴지 않게 흘러 나온다.
프랑스 소설가 피에르 불의 소설을 68년 영화화한 오리지널 ‘혹성탈출’을 리메이크한 ‘혹성탈출’은 독창력이나 상상력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할리우드의 악동이자 아웃사이더 작가주의 감독 팀 버튼의 역작.
폭탄맞은 듯한 헤어스타일로 유명한 팀 버튼은 상식을 파괴하는 천재성과 싸구려 하위문화를 뒤죽박죽 섞어가며 황당무계하다시피 한 영화로 관객을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가위손’을 제외하면 그의 작가주의 작품들이 흥행에 실패했지만 그의 독특한 색깔만큼은 그를 현존하는 가장 존경받는 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영화 ‘혹성탈출’에서도 팀 버튼만이 가능한 그의 작가주의 정신을 여실히 보여주며 독특한 영상미로 팬의 눈을 사로잡는다. 원숭이로 분장한 배우들의 연기가 섬세하고 캐릭터가 오리지널보다 훨씬 과격하면서도 전반적으로 오락을 잃지 않은 것이 ‘역시 팀 버튼’이라는 감탄을 불러 일으킨다.
‘A.I’는 ‘흥행제조기’ ‘흥행의 귀재’라는 찬사를 듣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역작이라는 데 관심이 집중된다. 그는 또 다른 화제작 ‘쥬라기공원3’의 감독을 사양하고 총 제작만 맡을 만큼 이 작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공지능 로봇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작고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고 기획작이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영화 팬들의 설레임을 자극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작품 내용은 베일에 싸여 있어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만드는 영화마다 화제를 불러 일으켰으며 영화사를 새로 쓰게 한 그이기에 이번에도 어떤 화제와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