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 합병으로 공룡창투사 탄생하나

‘자본금 1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창투사 탄생이 이뤄질까.’

 31일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통합 은행장 결정으로 국민, 주택은행간 합병이 급진전되면서 두 은행이 거느린 창투사의 향방에 벤처캐피털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두 은행 계열 창투사인 국민기술금융(470억원), 국민창업투자(250억원), 프론티어인베스트먼트(230억원)가 합병할 경우 자본금 950억원의 초대형 창투사가 탄생, 업계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자본금이 가장 큰 회사는 한국기술투자로 440억원 규모다.

 현재 공식적으로는 내년 3월 주총때까지는 현 체제를 끌고 간다는 방침이지만 사실상 연말안으로 계열 창투사 문제를 매듭지을 것이라는 게 회사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미 이를 위해 은행측에서는 외국계 유명 컨설팅회사에 의뢰, 계열 창투사의 처리방안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가능한 시나리오는 두 은행 계열의 △3개 창투사 통합 △일부 합병, 일부 매각 △3개 창투사 독립 운영 등으로 생각해 볼 수 있으나 3개 창투사 독립 운영은 은행의 효율성 측면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나머지 2가지 대안중 먼저 일부 창투사를 매각하고 남은 창투사만 자회사로 존속시키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의 합병시 합병추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국민창투(구 장은창투)를 매물로 내놓았으나 매각이 여의치 않아 몇년째 결말을 짓지 못한 경험이 있다. 특히 현재 M&A시장의 창투사 거래매물이 대부분 매매대금 50억원 미만의 업체들이고, 구매자도 창투사의 최소 설립자본금인 100억원 이상에 달하는 매물에 대해선 관심을 갖고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부 매각방안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업계 분위기는 창투사 매각보다 합병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자산규모가 영세한 국내 벤처캐피털의 국제화와 벤처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 대형화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들도 창투사의 대형화 추세로 볼 때 두 은행이 합병하면 계열창투사의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되지 않느냐며 합병쪽에 점수를 주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3개 창투사의 입장은 각기 다른 상황이다. 먼저 국민기술금융은 3개사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국민창투는 국민기술금융을 제외한 2개사간 합병을 주장, 은행내 2개 창투사 운영을 주장하는 등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업계에서는 3개 창투사의 처리문제는 동원창투 사장을 역임했고 주택은행장 취임 이후 퍼시픽벤처스(현 프론티어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는 등 벤처캐피털 업무에 많은 경험과 애정을 갖고 있는 김정태 통합은행장의 결정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벤처캐피털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주택 통합은행의 계열 창투사 문제가 어떤 식으로 결정나든 3개사간 최대한의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